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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사실 알면서도…" 英 앤드루 왕자 성폭행 혐의로 피소

김보겸 기자I 2021.08.11 11:00:27

앤드루 왕자, 20년전 17세 여성 성폭행 혐의
미성년 성매매 강요한 엡스타인과 공모 의혹
"본 적 없는 여자" 부인했지만 증거사진 나와

앤드루 왕자(왼쪽)와 주프레(가운데)가 함께 찍은 사진. 오른쪽은 미성년을 유인해 성관계를 강요한 혐의로 조사 중인 맥스웰(사진=CN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한때 전쟁 영웅, 플레이보이 왕자, 그리고 영국 브랜드를 대표하는 국제 대사였지만 그 시절은 지나갔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 얘기다. 10일(현지시간) CNN은 앤드루 왕자가 20여년 전 미성년자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앤드루 왕자는 지난 2019년 같은 혐의로 수감 중 목을 매 자살한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다.

앤드루 왕자를 상대로 한 고소장은 전날 뉴욕 연방법원에 접수됐다. 고소인은 미국 국적의 버지니아 주프레(38)이다. 고소장에서 주프레는 앤드루 왕자가 지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미국 맨해튼과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엡스타인의 대저택과 런던에서 세 차례 성폭행 및 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17세이던 주프레는 앤드루 왕자가 자신의 나이와 성매매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동의 없이 성폭행했다고 했다. 엡스타인의 여자친구인 길레인 맥스웰이 주프레를 불러 앤드루 왕자와의 성관계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프레는 “그들의 말에 복종하지 않으면 나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겼다”며 “그들은 부와 권력, 지위, 인맥 등을 이용해 보호해줄 사람이 없는 아이였던 나를 협박하고 학대했다”고 밝혔다.

앤드루 왕자가 미성년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사진=AFP)
주프레는 앞서 2019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이 미성년이던 자신을 유인해 앤드루 왕자를 포함한 그의 친구들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도록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버킹엄 궁전은 주프레의 주장을 부인했다. 앤드루 왕자도 같은해 BBC에 출연해 “그런 여자를 만난 기억이 없다”고 했지만, 주프레는 앤드루 왕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앤드루 왕자는 왕실 임무에서 물러난 뒤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앤드루 왕자는 영국 왕실 계승 서열 9위로 낮다. 한때 엘리자베스 여왕이 가장 사랑하는 아이로 불리며 왕위 계승 2순위였던 그는 윌리엄 왕자가 태어나며 3위가 됐고 9위까지 내려갔다.

앤드루 왕자는 대학에 가는 대신 영국 해군에 입대해 1982년에는 아르헨티나와의 전쟁에서 포클랜드 제도 탈환 임무를 맡아 영국 해군 조종사로 참전했다. 1986년에는 형수인 다이애나빈의 친구 사라 퍼거슨을 만나 1980년대 가장 주목받는 부부가 됐다. 결혼식을 TV로 지켜보는 시청자만 수억 명에 달했다. 퍼거슨과는 1992년 별거했고 1996년 이혼했다.

앤드루 왕자가 엡스타인을 만난 건 1999년이다. 엡스타인이 미성년자 성매매를 강요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자 앤드루 왕자는 “1년에 한두 번밖에 그를 본 적이 없다. 혐의를 목격하거나 의심한 적이 없다”면서도 “엡스타인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계속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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