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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동동브라더스’로 불리던 임동혁-임동민 형제가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공동 3위를 수상했을 때만 해도 한국인 국제콩쿠르 입상자는 가뭄에 콩 나듯 드물었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우리나라의 클래식음악 역량은 급성장했으며, 피아노를 비롯한 바이올린, 첼로, 성악 등 다른 분야에서도 매년 낭보가 세계 각지에서 들리고 있다. 각종 국제콩쿠르에서 이미 수백 명의 국제콩쿠르 입상자들이 대한민국 국적이며, 이는 인구 5000만명의 나라로서 인구대비 세계무대에서 가장 인정받는 나라임이 분명하다.
약진이 지속되려면 예술가들, 특히 젊고 유망한 이들에게 지원이 필요하다. 대원문화재단이나 한국메세나협회 등은 젊은 예술인들에게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이들에게 한정되어있다. 정말 옥석을 가려내어 젊은 유망주들을 지원하는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지원사업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국제무대를 준비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 신한금융희망재단의 신한음악상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다른 거대 기업 스폰서들은 이미 국제무대에서 ‘검증’되고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젊은 음악가들, 즉 그런 스폰서가 필요로 하지 않는 이들에게 더 쏠려있다. 이렇듯 몇몇에게 편향되지 않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려면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
각종 지자체나 국공립 문화재단에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낭비되는 예산이 각기 수억에서 수십억에 이른다. 그 낭비되는 예산만 허투루 쓰지만 않아도 정말 재능이 있는데 금전적으로 어려워서 꿈을 펼치지 못하는 젊은 청년들을 발굴해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연-지연-혈연의 대한민국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이들을 감사직에 앉혀서 공정한 감사를 행해 현재 낭비되고 있는 예산의 규모를 파악하고, 그 예산을 적절하고 현실적인 문화사업을 창출하는데 쓸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치인들은 입으로는 K문화강국을 외치지만, 대부분 문화에 대해 딱히 관심이 없어 보인다. 싸이 등을 위시한 K-POP이든, 백건우부터 조성진 임윤찬까지 이르는 클래식이든,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경우는 대개 민간기업 그리고 예술인 개개인의 피나는 노력이 자비(自費)로 이루어졌다. 우리가 뛰어난 예기(藝器)를 가진 민족임이 분명함에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체계적으로 키워낸 케이스는 없다시피하다.
지난 7월 필자는 독일에 연주하러 갔을 때, 2021년 본 베토벤 콩쿠르에서 우승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파벨 길릴로프 (Pavel Gililov) 교수님과 재회했다. 같이 점심을 먹던 와중, 나의 옛 스승인 블라디미르 펠츠만 (Vladimir Feltsman) 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놀랍게도 두 분은 학창시절에 서로 룸메이트였다! 블라디미르 펠츠만은 ‘페노메널’(phenomenal)한 피아니스트라고 극찬하며 말씀하신 것이, 당시 소련에서는 국제콩쿠르에 아무나 내보내지 않고 국가 내에서 일종의 ‘예선전’을 치렀다고 한다. 우리나라 피아니스트 이혁이 우승한 적이 있는 ‘롱-티보-크레스팽 국제 콩쿠르’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1971년 당시 치열한 예선전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소련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 바로 펠츠만이었고 (길릴로프 본인은 떨어졌었다고 웃으며 얘기하셨다) 그는 결국 우승을 차지했었다.
당시 공산주의 국가여서 가능한 시스템이었고, 지금 21세기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그만큼 나라가 앞장서서 나섰기 때문에 소련은 예술적으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나라가 된 게 아닐까. 이 위대한 러시안 피아니즘은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불세출의 음악가들은 이 순간에도 구소련권에서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다.
얼마 전 약관의 나이에 이미 젊은 거장으로 성장한 임윤찬의 이탈리아 매체와의 인터뷰가 매우 화제였다. 그는 한국이 그립지 않다며 한국에서 보낸 마지막 학업 시절은 너무 고통스러웠고 “지옥에 있는 것 같았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17세쯤 피아노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을 때 정치인과 사업가들까지 불필요한 압력을 가했다”라고 주장했다.
임윤찬에게 큰 슬픔을 준 이들에게 한마디 전하고 싶다. 젊은 예술인들이 뼈를 깎는 고통과 노력으로 일군 밥상 위에 숟가락만 얹으려 하지 말고, 밥상을 차리는 와중에 도와주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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