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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재판이 아닌 재판 준비절차인 만큼,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박 전 회장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공소사실에 대한 검찰과 피고인 측 입장을 확인한 뒤 증인 신문을 비롯한 증거조사 계획 등을 세우는 절차다.
이날 재판은 항소심에서 다툴 쟁점을 정리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박 전 회장과 검찰 측 구체적인 입장은 다음 공판준비기일에 내기로 했다.
다만 박 전 회장 측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 부인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박 전 회장의 변호인은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1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횡령’은 타인 재물을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는 것”이라며 “이 사건의 경우 결과적으로 계열사 대금이 모두 변제되고 이자도 지급됐다. 배임죄로 적용할 여지는 있어도 횡령죄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담보 제공을 통해 금호기업이 대출받은 3300억원을 갚지 못하면 금호산업 경영권 인수 자체가 무산되는 상황이었다”고 부연했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12월 금호터미널 등 금호그룹 계열사 4곳에서 3300억원을 동원해 지주사인 금호산업 지분 인수 대금으로 사용한 횡령 혐의를 받는다.
또 그는 2016년 4월엔 아시아나항공(020560)이 보유한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에 2700억원으로 저가 매각하고, 자금난을 겪고 있던 금호기업에 금호그룹 9개 계열사 자금 1300억원을 무담보 저금리로 빌려주게 한 혐의도 받는다.
박 전 회장의 변호인은 금호기업 저가 매각 혐의에 대해선 “매각 당시 회계법인 등이 가치를 평가했고 채권단에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던 과세당국이 검찰 조사 후 입장이 달리해 과세처분을 내렸다. 서울지방국세청의 가치 판단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 측 주장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인정, 검찰 측에 설명을 요구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다음 달 16일로 잡혔다.
한편 박 전 회장은 스위스 게이트그룹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1300억원에 저가 매각하고, 그 대가로 1600억원 규모의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도록 한 혐의 등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