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이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조화’도 논란이 됐다. 앞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모친상 빈소에도 대통령의 조화가 배달돼 논란을 일으켰던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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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빈소를 찾는 대신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는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참 오랜 인연을 쌓아온 분인데 너무 충격적이다”라고 심경을 내비쳤다. 노 실장이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을 유족들에게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12일 ‘대통령 조화’ 논란과 관련해 “고 박원순 시장과 관련해서는 일단은 대통령이 조화를 보냈고 노영민 실장 등이 조문을 다녀왔다”라며 “어쨌든 청와대 차원에서 다른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짧게 입장 아닌 입장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단 한 차례 빈소를 방문해 고인의 넋을 위로한 적이 있다. 지난해 1월 28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았다. 같은해 6월16일에는 북유럽 순방으로 빈소를 찾지 못했던 이희호 여사의 동교동 자택을 귀국하자마자 방문해 유가족을 만났다.
현직 대통령의 문상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대통령의 모든 일정이 정치적이라는 점에서 조문의 성격 또한 그렇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3년 5월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별세 때와 2015년 2월 사촌언니이자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인 박영옥씨의 영면, 2015년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때 빈소를 찾은 것이 전부다.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를 조문한 경우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부터 이맹희 CJ 명예회장과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등 경제인, 하용조·옥한음 목사와 지관스님 등 종교인, 조영식 박사와 소설가 박경리씨 등 교육·문화계, 순직 소방관, 연평도 해병 전사자 등을 두루 조문했다.
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참석에서의 논란처럼 대통령의 조문은 정치적 문제를 내포하기도 한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노 전 대통령 조문에는 장소를 봉하마을로 할 것인지, 서울로 할 것인지를 두고도 이견이 빚어졌다.
문 대통령도 박 시장의 마지막길을 조문 대신 조화를 보내는 것으로 정치적 선택을 했다. 자연인 문재인으로서가 아닌, 대통령 문재인으로서의 선택이다. 박 시장이 한국 시민운동사에 걸어온 족적을 고려했을 때 성추문 혐의가 아니었다면 빈소를 찾지 않는 게 더욱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어서다.
그러나 여전히 세상은, 국민은 묻고 있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박 시장에 대한 서울특별시장(葬)을 취소해달라는 청원이 불과 이틀 만에 55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가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시점은 오는 9월9일 이내, 이미 장례절차는 마무리된 이후이지만 공식 답변은 2020년 한국 사회 어느 지점엔가는 적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