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7일 직원 명의를 도용해 허위 분양으로 중도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로 기소된 김희철(79) 전 벽산(007210)건설 회장과 김인상(69) 전 벽산건설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회장과 김 전 대표가 운영하는 벽산건설은 2008년 하반기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지구에 지은 아파트가 미분양되자 자금난을 겪었다. 이에 두 사람은 금융권에서 중도금 대출 등을 받기 위해 자사 직원 명의를 빌려 사원주택용 아파트를 분양한 것처럼 허위 분양계약서를 작성했다. 김 회장 등은 금융기관에서 받은 중도금 대출은 공사비로 쓰기로 했다.
허위 분양 계약에 따라 이 회사 직원인 김모 씨 등은 수협과 3억 2000여만원의 대출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4000만원은 회사가 대납했다. 김 전 회장은 이런 방식으로 2008년부터 2010년 5월까지 자사 직원 154명 명의로 중도금 696억여원을 받아 사용했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1심인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김하늘)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인정해 김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김 전 대표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원심인 서울고법 형사부(김상준 재판장 )는 1심 판결을 뒤집고 김 전 회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벽산건설 직원도 분양 계약 당사자로 참여했으므로 김 전 회장 등이 허위 분양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 였다.
또 당시 회사 안에는 회사 자금 운영이 어렵다는 데 공감해 직원들이 분양에 동참하자는 분위기가 있어서 강압적으로 계약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봤다.
원심 재판부는 “벽산건설이 경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주도한 사내분양으로 허위 분양으로 볼 수 없다”라며 “벽산건설이 대출금 이자를 일부 대납한다는 등의 속사정을 알았더라도 은행이 중도금 대출을 거절했을 거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날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려 두 사람에 대해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