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0일 여야가 머리를 맞대 주요현안을 논의하는 ‘여야 대표회동 정례화’를 제안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는 위기극복의 순간까지 국민 앞에 파행없는 국회를 만드는 차원에서 정쟁 중단을 선언하자”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또 고통분담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운동을 제안하면서, 이를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 강력 추진 △노사부문 사회적 대타협 △정부고위층 등 사회지도층 고통분담 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정치분야와 관련해서도 △국회선진화법 재검토 △차기총선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야당에 제안했다.
다음은 김무성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문 전문이다.
◇시작하며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의화 국회의장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정홍원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대한민국은 올해 세월호 참사라는 너무나 큰 슬픔과 충격을 겪었습니다.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미처 청산하지 못한 적폐와 부정부패는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됐습니다. 안전은 근본적으로 비용이 들고 불편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원칙을 도외시한 우리 사회의 폐습은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게 했습니다. 국민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책임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국민을 실망시켰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권이 보여준 행보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우리 국회는 지난 5월 이후 5개월 동안 단 한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는 식물국회로 일관했습니다. 정치는 진영논리에 빠져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갈등을 더 부추기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했습니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 기본인데, 세월호 참사라는 국민적 슬픔 앞에서도 우리 정치는 자기 주장만을 관철시키려는 극한 대립의 모습만 연출했습니다. 정치가 나라를 미래와 희망으로 이끌지 못했습니다.
결국 문제의 근원은 정치였습니다. 우리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더 이상 “정치가 실종되었다”는 지탄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이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2011년 이후 줄곧 2~3%대 저성장의 늪에 갇혀 있습니다. 새로운 일자리는 생기지 않고, 국민의 살림살이는 힘들기만 합니다.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돈이 돌지 않고,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던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한민국 간판기업들의 실적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경제적 여력은 커지지 않은 가운데 복지 욕구는 분출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금의 상황을 걱정합니다. “나라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위상을 지키기도 어렵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겠습니까.
◇위기 극복한 선진국을 타산지석으로
저는 ‘저성장-과잉복지’로 과거에 위기를 겪었던 선진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들이 겪은 쓰라렸던 고통을 우리 대한민국이 똑같이 다시 반복하는 우를 범해서는 절대 안 되지 않겠습니까. 유럽 각국은 1960년대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시절 ‘유러피안 드림’으로 불리는 복지체계를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복지는 ‘복지병’을 유발해서 근로의욕을 떨어뜨렸고, 국민들을 나태하게 만들었고, 그 나태는 필연적으로 부패를 불러왔습니다. 그 결과 ‘저성장-고실업’ ‘사회갈등과 분열’이라는 고질병에 시달리게 됐습니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대처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달랐습니다. 네덜란드는 1982년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는 ‘바세나르 협약’으로 위기를 탈출했습니다. 근로자의 임금인상 억제와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공무원의 봉급 삭감, 국민들의 복지혜택 축소 등 경제주체 간에 철저한 고통분담으로 국가경쟁력을 다시 높였습니다. 노동계는 임금동결을 감내했고, 기업은 추가수익을 직업훈련에 투입하고 고용을 늘리는 데 활용하는 선순환을 이뤄냈습니다. 네덜란드는 그 과정에서 ‘어려울 땐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산 교훈을 얻었습니다. 노동자, 사용자, 정부가 똘똘 뭉친 네덜란드는 현재 유럽 평균 11.5%보다 훨씬 낮은 6.6%의 실업률을 기록하며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대의 탄탄한 경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1970년대 후반과 80년대에 복지 팽창과 공공부문의 비대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유럽의 병자’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갑작스런 통일에 따른 막대한 통일비용 부담은 독일을 더욱 힘들게 했고, 결국 기민당 정권이 사민당 정권으로 교체되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1인당 소득이 영국과 프랑스에도 뒤졌습니다. 경제위기가 심각해지자 독일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는 “독일을 살리기 위해 사회주의를 버린다”며 당의 노선까지 바꾸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슈뢰더 총리는 2003년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
연금보험과 의료보험 개혁으로 재정부담 완화, 기업부담 축소를 통한 시장경제기능 강화 등이 담긴 ‘아젠다 2010’을 발표했습니다.
“변하지 않으면 국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한 독일의 모든 경제주체들이 고통을 분담했습니다. 그 결과 독일은 오늘날 실업률이 4.9%, 청년실업률이 7.6%에 불과하며, 유럽 경제를 이끄는 절대 강자의 위용을 뽐내고 있습니다.
북서유럽과 달리 남유럽은 위기가 왔을 때도 태평세월이었습니다. 경제가 나빠지는 데도 높은 연금과 실업수당, 무상의료와 대학원까지의 무상교육 체계를 유지했습니다. 과잉복지는 국민을 나태하게 만들고 부패지수를 높인다는 평범한 진리를 무시했습니다. 그 결과 막대한 재정보전으로 국가 부채가 급증해 경제는 파탄으로 치달았고, 그 후유증은 대량실업이었습니다. 기성세대가 빚으로 흥청망청한 결과, 미래세대인 청년층은 지금 일자리를 찾지 못해 길거리를 헤매며 좌절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 8월 현재 스페인의 실업률은 24.4%이며 25세 이하 청년실업률은 무려 53.7%에 이릅니다. 그리스의 실업률은 27%이며 청년 2명 가운데 1명은 직업이 없습니다. 이탈리아도 12.3%나 되는 높은 실업률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과잉복지에 한번 길들여진 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고실업과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남유럽이 언제 회복될 지는 어느 누구도 기약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어떻습니까. 일본은 1980년대 말 엔화강세와 저금리 환경에서 금융기관의 무리한 대출경쟁으로 인해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급등하는 ‘자산버블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과정에서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내렸습니다.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면서 고통 분담을 외면했습니다.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고자 금리인상과 대출규제에 나선 결과 막대한 부실채권만 쌓였습니다. 경기를 살리고자 대대적인 SOC 투자에 나섰으나, 경기부양 효과는 없이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나라 빚만 늘었습니다. 일본 전체의 공항 숫자가 95개에 이를 정도로 정관유착에 따른 과잉 SOC 투자는 재정위기를 불러왔습니다. 산업구조조정 지연으로 국제경쟁력은 약해졌습니다.
국가부채가 GDP의 200%를 초과했으나 표퓰리즘에 빠져있던 정치권은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하지 않았고, 세계 최저수준인 국민담세율을 높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사회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내수기반이 약화됐으며, 사회보장비 급증으로 재정부담은 더욱 커졌습니다. 일본 정부는 뒤늦게 초저금리정책을 펼치며 경기 부양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소비와 투자의욕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저성장-저물가가 계속되는 심각한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 ‘잃어버린 20년’으로 표현되는 일본식 장기불황을 겪어야 했습니다. 아베 일본총리는 디플레이션을 인플레이션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돈을 풀고 엔저를 유도하는 ‘아베노믹스’를 들고 나왔으나, 지금까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통분담을 통한 사회적 대타협 운동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동료 의원 여러분!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어제 시정연설에서 우리 경제가 위기속에서 도약하느냐, 정체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이 경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대한민국은 장기불황의 긴 터널에 진입하기 직전에 놓여 있습니다. 올해 3분기 성장률은 0.9%로 올들어 분기별 성장률은 단 한 차례도 경기회복세의 기준점으로 여겨지는 1%를 넘지 못했습니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는 1.1%로 23개월째 2%를 밑돌고 있습니다. ‘저성장-저물가’가 되면 가계는 소비를 미루고, 기업은 투자를 미룹니다.
그 결과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들어가게 되며, 한번 진입하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면서 청년실업 100만 명 시대라는 불편한 진실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경제가 심각한 위기인 상황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합니까. 일본과 남유럽 모델을 따라야 합니까, 아니면 독일과 네덜란드 모델을 따라야 합니까. 현실에 안주하고 고통분담을 외면해야 합니까, 아니면 고통이 있더라도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의 길로 가야 합니까.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마땅히 경제회복과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독일과 네덜란드의 성공적인 사례를 본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총체적 위기상황을 감안해 ‘고통분담을 통한 사회적 대타협 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합니다. 이를 위해 여야가 중심이 되어 민관, 노사 등 사회 각 분야가 참여하는 범 국민운동기구를 만듭시다. 여야는 위기극복의 순간까지 국민 앞에 파행없는 국회를 만드는 차원에서 정쟁 중단을 선언합시다. 여야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대표회동 정례화‘를 제안합니다.
사회적 대타협의 목표는 ‘공존-공영의 나라’ 건설입니다. 그 범위는 복지, 연금, 노사, 산업, 정치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는 국가 전체의 이익이 사회집단의 부분적 이익보다 우선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국가라는 공동체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정치 관료 기업 노조는 물론 일반 시민의 참여와 헌신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모두 한걸음씩 양보함으로써 혁명적인 수준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뤄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갑시다.
저는 사회적 대타협의 최우선 과제로 복지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복지는 혜택이 아니라 국가의 의무입니다. 지난 2월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송파 세모녀의 비극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됩니다. 내년 예산에서 복지지출이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어선 것도 국민의 복지 요구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짜복지는 없습니다. 복지수준을 높이려면 누군가는 반드시 그 부담을 져야 합니다. 세금을 덜 내고 낮은 복지수준을 수용하는 ‘저부담-저복지’로 갈 것인지, 세금을 더 내고 복지수준을 높이는 ‘고부담-고복지’로 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최근 경기가 나빠지고 저성장시대로 접어들면서 2012년 이후 3년 연속 세수 부족사태를 겪고 있습니다. 2012년 2조7000억 원, 2013년 8조5000억 원이 모자랐고, 올해 10조원 이상의 세수부족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나라 곳간이 부족한 상태를 심각하게 염려해야할 시점입니다. 남유럽처럼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빚을 떠넘겨서는 안됩니다.
복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만이 국가 재정건전성을 지킬 수 있고, 국가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지난 28일 저희 새누리당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당론 발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공무원연금은 1960년대와 70년대 평생 박봉을 견뎌가며 애국심 하나로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의 보수체계에 대한 보완적 처우개선 차원에서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1960년 52세였던 평균수명이 현재 81세로 급격히 늘어나고 금리하락 등으로 운용수익이 줄어들면서, 공무원연금 제도의 운영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현재 공무원연금은 매년 재정으로부터 수조원 씩 보전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향후 10년간 재정보전 금액이 53조원에 이르게 돼, 국민 1인당 부담액이 100만원을 넘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공무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불가피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도 나라와 후손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 내야할 개혁 과제로 설정했습니다. 저희 새누리당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정치적인 손해를 보더라도 용기있게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정당은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새누리당은 선거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국가와 국민의 미래입니다.
공무원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지는 않을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정부와 함께 공무원의 사기진작을 위한 처우개선책도 만들겠습니다. 공무원 여러분, 도와 주십시오. 조국근대화의 주역으로 일해 온 여러분께서 다시 한 번 애국심을 발휘해 연금 개혁에 동참해 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여야가 같이 추진해야 할 문제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공적연금발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연금제도 전체를 포괄적으로 논의한다고 밝힌 만큼 여야가 함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완성시켜 나가기를 야당에게 부탁드립니다.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한 부분은 노사문제입니다.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대한민국의 노동시장효율성은 86위,
노사협력은 132위로 바닥 수준입니다. 일부 노동현장에서는 ‘대결과 투쟁’만 있을 뿐 ‘대화와 타협’을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세계최대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올해 상반기에 1조3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노조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의했습니다. 6만여 명이 근무하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가 멈춰서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가 멈춰서는 것을 상징합니다. 노사가 적대감과 투쟁으로 일관한다면 그 끝은 공멸입니다.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 노사가 싸우는 것을 보고 세계 어느 기업이 대한민국을 찾고 투자하겠습니까. 노사간 사회적 대타협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시대정신은 격차해소
오늘날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격차 해소입니다. 낮고 그늘진 곳, 소외된 곳을 보듬고 치유해야, 사회적 대화합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빈부격차,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 대기업-중소기업간 격차는 반드시 해소돼야 할 과제입니다.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1990년 75.4%에서 지난해 65%로 줄었습니다. 중산층이 줄어들고 빈부 격차와 지역 격차가 커지면사회갈등 비용이 커지게 됩니다. 적게는 연 82조원, 많게는 246조원에 달하는 사회갈등 비용의 축소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국민의 어깨를 짓누르는 ‘분노와 좌절의 무거운 짐’을 가볍게 하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지방경제 활성화와 지방재정 안정을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후 20년 가까이 흘렀지만, 조세의 80%가 국세에 집중돼 있고 지방재정이 취약해 자율행정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교육과 소방안전에 대한 지출이 많아 주민의 뜻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기후이상에 따른 홍수와 한발 피해 방지, 노후화된 상수관 교체, 고령화에 따른 지원 등 필요한 경비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8일 전국 시도지사협의회는 지방재정부담에 대한 특별법과 중앙-지방간 협력회의 설치법 마련, 지방정부의 운영자율권 보장 등을 요청했습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지방이 잘 사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임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조세 가운데 지방세의 비중을 지금보다 대폭 늘려 지방재정을 튼튼히 하도록 노력하고, 지방의 다양한 목소리를 잘 경청해 정책에 반영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영세상공인·중소기업·중견기업과 대기업이 대등하게 거래할 수 있는 ‘공존 경제민주화’에도 적극 나서겠습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21개 입법과제를 추진해왔고 이 중 10개 과제를 완료했습니다. 부당한 단가 인하나 발주 취소를 견제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공정위의 전속 고발제 폐지,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강화 등 여러 가지 경제민주화 제도를 정착시켰습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앞으로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법안은 꾸준히 챙기면서 약하고 힘없는 기업 편에 서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의 고통 분담이 필요합니다. 여야는 내년에 국회의원 세비를 동결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19대 국회 들어 말썽 많았던 국회의원 연금도 없앴습니다. 저는 사회적 대타협의 분위기를 높이는 차원에서 장차관 등 정부 고위직의 내년도 임금 동결을 제안합니다. 정치권과 정부가 함께 자신의 몫을 조금씩 포기할 때, 국민의 시선은 따뜻하게 변해가고 국민 화합이 이뤄질 것입니다.
◇규제개혁과 서비스산업 육성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동료 의원 여러분! 규제개혁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가장 좋은 정책입니다. 규제개혁은 기업의 시각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국회는 입법기관입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위상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입법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입법은 곧 규제이고,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저는 진정한 규제개혁을 위해 국회 입법에 대한 평가가 ‘건수 기준’이 아니라 ‘품질 기준’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필요한 입법을 자제하는 게 바로 기업을 돕는 길입니다. 기업을 적극적으로 돕는 공무원에게는 진급과 호봉책정에서 인센티브를 주고, 책임을 면하는 규제개혁특별법 제정에도 적극 나서겠습니다. 지금 세계는 국외로 나간 자국기업들을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IT(정보기술)와 자동차산업 등 모든 산업에서 국외로만 진출할 뿐 국내 회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기업이 국내에 투자하지 않으면 우리 젊은이들이 갈 일자리가 없어집니다. 지난해 마련된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에 관한 법안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산업구조의 전환에도 국회 차원에서 적극 나서겠습니다. 한국 경제의 기적을 만든 제조업은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의 원천으로서의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저성장시대를 맞아 이제는 고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위해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서비스 산업은 창조경제의 핵심이자 미래세대의 먹거리입니다. 정부가 지난 8월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대책을 통해 약 15조원 이상의 투자 효과와 18만 명 수준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이 돼야 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18대 국회에 상정됐다가 폐기됐고, 2012년 7월 다시 발의됐는데도 불구하고 2년 이상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지난해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21만 명에 달하고, 오는 2017년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인식의 대대적인 변환이 필요합니다. 시민단체와 이익단체의 눈치만 보고 미래 먹거리이자 청년들의 일자리인 의료·교육·관광분야의 발전을 막아서는 행태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됩니다. 여야 모두 서비스산업 발전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미래성장동력이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빠른 시간 내에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을 통과시키도록 합시다.
◇저출산과 안전
대한민국의 가장 큰 고민인 ‘초저출산 문제’와 안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13년 연속 초저출산국가라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한국의 인구시계는 파멸 5분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지금 추세대로 가면 초저출산-고령화가 고착화되고, 인구문제는 난치병이 되며, 우리나라는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는 파멸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저출산은 국가의 존망이 걸려있어 가장 우선순위를 둬야 할 문제로 인식돼야 합니다.
정부도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2006년부터 10년간 59조60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지만 실제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이제 지난 10년간 추진해온 저출산 대책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바탕으로 획기적인 정책패러다임의 변화를 도모해야 합니다. 우리는 효과적인 출산장려정책을 통해 저출산 불명예를 과감히 떨쳐버린 프랑스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랑스는 출산, 육아, 교육비에 대한 지원을 펼치면서 의료체계, 교육시스템, 노동시장 등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을 출산에 유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사회 인식도 가족친화적, 아동친화적으로 바꿨습니다. 프랑스의 출산장려정책은 세계 모든 나라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프랑스처럼 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과 가정의 병립, 다자녀 교육비 전액 지원 등 획기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합니다. 초저출산 문제를 국가의 제일 중요한 아젠다로 설정해야합니다. 전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과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국회 내에 특위 설치를 제안합니다. 전국에 아기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퍼져나갈 수 있도록 여야는 물론 온 나라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올해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안전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안전을 위한 각종 규제는 빈틈없이 촘촘하게 짜여져야 합니다. 시민 안전교육과 안전통제는 불편을 느끼게 할 만큼 치밀해야 합니다. 우리의 사고와 시스템이 진정한 ‘안전제일’로 나아갈 때 세월호의 눈물을 닦을 수 있고, 판교 환풍구 사고와 같은 어이없는 사건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제가 서두에도 얘기했지만 안전은 비용이 들고 불편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합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안전대책에 관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 ‘안심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정치개혁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동료 의원 여러분, 국회 본연의 임무는 입법과 예산 심의입니다. 그런데도 지난 여름 우리 국회는 국민께 아무 것도 해 드린 게 없었습니다. 저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정치혁신의 차원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여야 간의 살벌한 물리적 충돌만은 막아야겠다는 국회선진화법의 이상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국회가 마비되는 사태를 초래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기본 틀인 다수결원칙이 사라지면서 입법부로서 기능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처럼 국회가 본연의 임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국회선진화법의 재검토를 야당에 요청합니다.
정치혁신을 위해 정당민주주의 실현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정당민주주의의 요체는 국민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 전당대회 때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기 위해서 당대표가 되려 한다고 공약해서 당선되었고,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정당이 민주화돼야 정치인이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지킬 수 있고, 정치권의 줄세우기가 없어지고, 부정부패가 없어집니다. 정치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비민주적인 행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사결정은 정당민주주의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저는 정당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차기 총선에는 국민이 직접 후보를 선출하는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여야 모두에게 강력하게 제안합니다. 그래야 정치인이 권력자에 줄을 서지 않고 국민의 편에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위해서는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하므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합니다. 정치는 늘 국민과 동행해야 합니다. 국민과 함께 하지 못하는 정치 행태는 과거로 보내야 합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권위주의 시대에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성격이 바뀌어 국회의원의 특권을 지키는 몰염치한 방패가 되었습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방탄국회에 동조할 생각이 추호도 없음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밝힙니다. 고비용 정치구조도 바꿔나갈 것입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현재 보수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사소한 관행부터 큰 제도까지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혁신의 핵심은 실천입니다. 그간 나온 혁신안만 제대로 실천했어도 대한민국 정치는 세계 최고의 선진정치가 됐을 것입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정당에 지원된 국고보조금도 한푼 한푼 아끼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계속 바꿔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저 자신부터 대표 취임 당시 국민과 당원들께 “저부터 혁신 하겠다”고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끝마치며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의화 국회의장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정홍원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대한민국이 지속적인 번영을 누리려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변화와 혁신이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 정치권이 더욱 분발하고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사건 이후에 안전한 나라를 만들고자 제출된 유병언법, 관피아 척결을 위한 여러 법안, 국민안전 컨트롤 타워를 재구성하는 정부조직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은
하루 빨리 처리해야 합니다. 정부가 시급함을 호소하는 30개 경제활성화 및 민생안정법안이 지금처럼 국회에서 잠들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여야 모두 당파를 초월해 한마음 한뜻으로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국회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저희 새누리당은 민생 경제살리기에 전력을 다 하겠습니다. 열심히 현장을 찾아 민심을 경청하고 해결책을 찾겠습니다. 국가발전의 과실이 국민 한분 한분에게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혁신의 아이콘이 되겠습니다. 솔선수범과 언행일치, 소통강화를 통한 혁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정치를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새누리당의 작은 혁신은 대한민국 혁신의 출발점이자 국민대통합의 시작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모든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향해서 항상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