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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서 숨이 턱 막히지만 어떻게 쉬나요'…논밭·비닐하우스 온열질환자 45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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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엽 기자I 2026.08.20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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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땐 작업 중단' 권고에도
수확철 안전기준 적용은 한계
작업 강도별 휴식시간 세분화 필요

[세종=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충북 음성에서 복숭아 과수원을 운영하는 70대 최모씨 부부는 올여름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 수확 작업에 나선다. 폭염에 아침부터 기온이 빠르게 올라, 해 뜨기 전에 일을 시작해야 그나마 더위를 피할 수 있어서다. 작업시간을 새벽으로 옮길지언정 수확철 농사일을 멈출 수 없다는 게 최씨 부부의 설명이다.

폭염이 거세질수록 농촌의 온열질환 확산 위험도 커지지만, 농업 현장에서는 단순히 ‘더울 때 일을 하지 말라’는 방식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물의 생육과 수확시기를 놓칠 수 없는 농업의 특성상 일률적으로 작업을 중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농촌의 온열질환자가 최근 4년간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농작업의 종류와 강도, 기상 여건에 따라 작업 중단 기준과 휴식시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올해 5월 15일부터 지난 17일까지 농작업이 이뤄지는 논밭과 비닐하우스에서 온열질환을 겪은 사람은 457명으로 집계됐다. 논밭에서 412명, 비닐하우스에서 45명이 신고됐다. 같은 기간 전체 온열질환자 3445명의 13.3%에 해당한다.

농촌 현장의 온열질환 피해는 최근 수년간 급증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 연보를 보면 논밭과 비닐하우스의 온열질환자는 2021년 177명에서 지난해 595명으로 3.4배가량 늘었다. 특히 지난해 실외 발생 장소 가운데 논밭은 야외 작업장에 이어 온열질환자가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 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농촌이 폭염에 취약한 배경엔 농작업 환경의 특수성이 있다. 농업인은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논밭이나 복사열이 강한 비닐하우스에서 장시간 일하는 경우가 많다. 홀로 작업하다 온열질환이 발생하면 발견과 응급조치가 늦어질 위험도 있다. 고령 농업인이 많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정부는 농업 현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국 91개 시·군에서 ‘농어촌 온열질환 예방요원’을 운영하며 고령·독거 농업인을 중심으로 점검하고 있다.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농작업 자제, 20~30분 간격의 수분 섭취, 2시간마다 그늘에서 휴식 등 예방수칙도 안내한다.

다만 농작업의 종류와 강도, 작업 환경에 따라 온열지환 위험 정도도 달라지는 만큼 작업 중단 시점과 휴식시간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온·습도·복사열을 종합 반영하는 습구흑구온도(WBGT)를 도입해, 일본처럼 작업 강도와 종류별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동형 쉼터 운영 등 고령 농업인의 휴식 공간 접근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 필요성도 지적한다.

김수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촌은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폭염 때 농작업을 완전히 중단하기 어려운 만큼 위험 수준별로 작업 강도를 낮추거나 중단해야 하는 농작업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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