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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성적은 정신건강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학급 등수는 학생 본인의 학업적 성취와 지위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대표적 지표로서 낮을수록 우울 증상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행연구는 학급 등수와 우울 증상 간의 관계의 선형성을 가정함에 따라 해당 관계가 특정 등수 대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는 지에 대한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학급 등수가 최상위권 학생과 최하위권 학생의 정신 건강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 김진호 교수와 위스콘신-매디슨대학 교육학과 Ran Liu 교수는 미국의 National Longitudinal Study of Adolescent to Adult Health 데이터를 활용해 1만 2037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급 등수가 청소년의 우울 증상에 미치는 비선형적 효과와 이러한 효과를 야기하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사회과학분야 저명 학술지 Social Science Research에 게재됐다.
분석 결과, 학급 등수와 우울 증상 간에는 명확한 비선형적 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학급 등수의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은 최상위권과 최하위권의 학생들에게서만 나타났고, 중간 등수의 학생들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최상위권 학생은 자존감으로 우울 위험 낮춰
학급 등수가 우울 증상에 미치는 메커니즘은 최상위권과 최하위권 학생에서 다르게 나타났다.
최하위권 학생은 낮은 자기효능감과 자존감으로 인해 우울 증상이 상승하는 반면, 최상위권 학생은 높은 자기효능감과 자존감과 더불어 교사의 관심과 지지가 우울 증상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신저자이자 제1저자인 김진호 교수는 “학생들은 학급이라는 소우주 속에서 끊임없이 다른 학생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규정하고 내면화하며 그 지위에 준하는 대우를 받게 되는데, 이 과정이 정신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별히 최상위권과 최하위권 학생들에게서 이러한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는 이유는 해당 등수 대가 각각 사회적 인정과 낙인이 가장 명확하게 부여되는 위치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하위권 학생들의 우울 증상 개선을 위해서는 그들이 겪는 낮은 수준의 자기효능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심리적 자원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