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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레버의 GSK 헬스케어 사업부 인수 실패는 유니레버 소액주주들의 반발 영향이 컸던 게 이유로 설명된다. 앨런 조프 유니레버 CEO는 업종을 확대하려는 야심을 가졌지만 소액주주들이 ‘하던 거나 잘하라’며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트라이언의 유니레버 지분 확대 시점을 고려하면 소액 주주들의 GSK 인수 반대에도 이 행동주의 헤지펀드 운용사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투자 매체 배런스는 “어느 누구도 반기지 않는 인수 시도”라며 “최근 성장성 교착 상태에 빠진 유니레버의 주가 폭락은 ‘GSK는 헬스케어 부문 인수는 정답이 될 수 없다’는 시그널”이라고 비판했다.
트라이언은 넬슨 펠츠 회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유니레버의 라이벌이기도 한 P&G의 변혁을 이끈 인물이다. 2017년 당시 펠츠 회장은 P&G 지분을 1.5%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최대주주 측과 위임장 대결을 벌인 끝에 1년 후 이사회에 입성했다. 펠츠 회장이 기존 CEO를 내보내고 회사를 장악할 거란 관측도 있었지만, 그가 공격적으로 회사 경영에 개입하려 한 건 오로지 부진했던 P&G 성장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사내 경영진과 협력해 기업 체질을 완전히 바꿔냈다. 마진이 많은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했고, 수익성이 없는 미용 브랜드는 과감히 철수시켰다. P&G의 주가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에도 최근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펠츠 회장은 작년 말 P&G 이사회를 떠났다.
이에 이번 트라이언의 유니레버 지분 확대를 두고 몇몇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성장이 더딘 사업 부문을 과감히 매각하고 핵심 사업에 전념하는 ‘넬츠 스타일’을 재현하기 위해서로 관측했다. 반면 유니레버의 현 조프 CEO의 업종 확장의 꿈은 좌절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제프리스 투자그룹의 마틴 데부 애널리스트는 “트라이언은 유니레버의 우호지분을 모으면서 식품 브랜드를 따로 떼어 내거나 팔라는 압박을 가할 수 있다”며 “이는 동시에 조프 CEO에 부담을 주는 것을 말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