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지원 신청자 5명 중 1명만 ‘가능’ 왜

이지현 기자I 2022.08.01 10:41:57

보행상 장애 외 서비스 필요 대상 해당되지만
너무 높은 평가 기준에 지자체 ‘모르쇠’도 한몫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장애인 이동지원 신청자 5명 중 1명만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격 판정 기준이 너무 높아 제도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이동지원 서비스 종합조사를 신청자 1038명 중 적격 판정을 받은 이들은 213명(20.5%)에 불과했다.

자료=보건복지부 제출자료 최혜영의원실 재구성


◇ 성인 177점 아동 145점 넘어야 가능

이동지원 서비스 종합조사는 2019년 7월부터 시행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의 일환으로 장애인에 대한 이동지원 서비스(장애인 주차표지·특별교통수단)를 확대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0년 10월 30일에 도입됐다. 제도의 핵심은 기존 의학적 기준인 ‘보행상 장애판정 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으로 판단되면 이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동은 장애인의 일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 영역인 만큼 현장에서는 개편된 제도 시행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서비스 대상은 중복장애인이면서 이동지원 서비스 필요도와 상관성이 높은 이들이다. 조사원이 일부 지표를 조사해 합산 점수가 성인 177점, 아동 145점 이상이면 가능하다. 이같이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높은 기준 점수까지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제도 시행 후 최근까지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지적이다. 실제로 성인은 전체 866명 중 162명(18.7%)만, 아동은 신청자 172명 중 51명(29.6%)만 적격 판정을 받았다. 아동은 신청자 자체가 많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적격률이 높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지원 서비스 종합조사 점수 분포도를 보면 성인 228점 만점, 아동 162점 만점에 신청자의 51.6%가 100점 구간에 몰렸다. 그 외에 △177점 이상 15.6% △145~176점 13.2% △101~120점 11.5% △121~144점 8.1%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최혜영 의원은 “합산 점수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동지원 서비스 종합조사표에 개인적 욕구, 사회환경을 반영한 문항도 여전히 부재하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 국토부 안내 1번만…지자체 “처음 듣는 얘기”

제도 시행 지역별 편차도 컸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35.3%) △세종(33.3%) △서울(32.6%) △전남(30.6%)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신청자 수를 보면 세종은 단 6명만 신청해 2명만 적격 판정을 받았다. 충북(10.5%)과 경북(10.7%)은 10%대를 겨우 웃돌았다. 적은 신청자 수를 고려하면 적격률을 유의미하게 해석하기에도 무리가 있는 부분이다.

최혜영 의원은 “자체에 제도 시행 여부를 취합한 결과 이 제도를 알고 있지 못하는 지자체도 상당수였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아예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하기도 했다”며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특별교통수단 운영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각 지자체에 특별교통수단에 대한 이동지원 서비스 종합조사 시행 안내를 단 한 차례만 시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제도 시행 발표 당시 ‘앞으로도 장애인단체와 전문가, 관계 부처 등과 지속적인 논의를 하겠다’라고 했지만, 제도 도입 이후 장애인단체의 의견 청취나 관계부처 간 공식적인 회의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최 의원은 “부처별 칸막이 행정이 결국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며 “지금이라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국토부가 모니터링을 실시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상 확대 방안을 고안하고, 1단계, 2단계에서 모두 수요자 맞춤형 지원체계가 실현되지 않고 있는 현 종합조사표에 대해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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