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현장에서]빛바랜 '삼겹살데이'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유성 기자I 2019.03.03 17:35:53

한돈 소비촉진 캠페인, 할인 마케팅에 특수처럼 보이지만
값싼 수입산 쏟아져 시장 잠식, 국내 양돈농가 한숨만 늘어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3월3일은 ‘삼겹살데이’로 불린다. 유래는 2003년 우리 돼지고기 소비촉진 캠페인이었다. 이후 점차 커져 ‘3월3일은 돼지고기 삼겹살 먹는 날’로 정착되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봄철 미세먼지 특수까지 누리고 있다. 코와 기관지에 낀 먼지는 돼지기름이 특효라는 속설 덕분이다.

삼겹살데이 특수 조성에는 대형마트의 마케팅 행사도 한몫했다. 대형마트는 모처럼 할인 이벤트를 할 수 있고 소비자는 싼값에 우리 돼지고기를 살 수 있다.

예컨대 롯데마트는 우리 한돈 삼겹살 100g을 980원에 판매하는 파격 할인을 하고 있다. 이마트도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2월28일부터 3월6일까지 삼겹살 100g을 980원에 특가 판매하고 있다. 평소 사먹던 가격의 반값 이하다.

삼겹살데이의 원조 격인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도 각종 온·오프라인 행사를 열고 있다. 삼겹살 1㎏을 9500원에 판매하는 등 대형 마트에 맞불을 놓았다. 위원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마트 돼지고기 코너는 삼겹살을 염가에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마트 풍경만 봐서는 국산 돼지고기가 삼겹살데이 특수를 맞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내 양돈 농가들은 힘들다고 한숨이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많이 폭락한 상황”이라면서 “소비 촉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돼지고기 생산량 증가에 따라 올해 3월 ㎏ 당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3300~3500원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063원보다 13~18% 가량 낮다. 평년(4281원) 대비로는 20% 정도 빠졌다. 자조금위원회 관계자는 “한돈이 수입산보다 더 싼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탄했다.

돼지고기 수입량 증가도 한돈을 위협하고 있다. 한돈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값싼 해외 돼지고기 수입량까지 늘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량은 4억6459만3948㎏으로 연도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전 최고 기록은 2017년 3억6851만6831㎏이었다. 1년 사이 수입량이 26% 증가했다.

최근 5개년 돼지고기 수입량 (그래프=문승용 기자)
돼지고기 수입 증가세는 올해 들어서도 가파르다. 지난 1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4754만3101㎏으로, 전년 같은 기간 4116만8225㎏ 대비 15.5%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올해 돼지고기 수입량 역시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베리코 등 고급 돈육을 표방한 수입산이 물밀듯 쏟아지고 있다. 저가 시장은 물론 고가 고급육 시장까지 수입산이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저래 국내 양돈 농가는 애가 탈 수 밖에 없다.

국내 대형마트들의 삼겹살데이 행사도 ‘한돈 소비 촉진’이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있다. 멕시코산 등 수입산이 한돈보다 더 싼 가격에 행사 품목으로 버젓이 올라와 있다. 우리 양돈 농가를 생각한다면 한참 빗나간 행사인 셈이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