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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지원은 태영건설이 제시해 온 첫 번째 자구안이다. 태영 측이 매각 대금 ‘전액’을 썼다고 표현했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입장은 다르다. 매각 대금 중 지주사 티와이홀딩스(363280) 연대보증 채무에 쓴 890억원은 오롯이 태영건설 지원에 썼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매각 대금 중 659억원만 인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채권자들은 이 자료에서 태영그룹의 주장에 대해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에 사용한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으로 왜곡하는 것”이라며 “태영그룹은 ‘워크아웃 신청으로 즉시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태영건설을 대신해서 티와이홀딩스가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직접 상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워크아웃의 기본 원칙과 절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잘못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채권자의 동의로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개인이 채권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라도 이 부분은 협상을 통해 어떻게 처리할지 정하도록 돼 있다”며 “태영건설의 금융 채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는 태영건설 금융 채권자들이 워크아웃 과정에서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또 “티와이홀딩스가 당초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한 자금으로 연대보증채무를 상환해 티와이홀딩스의 리스크를 경감하는 것은 티와이홀딩스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 태영건설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으며, 태영건설의 채권자를 포함해 여러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직접 나서 “태영 측이 네 가지 (자구 계획) 약속 중 첫 번째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400억원만 지원했다”며 “채권단과 태영건설 측의 신뢰가 상실된 첫 번째 케이스”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태영건설과 채권단 간의 이 같은 시각 차는 지난 3일 열린 ‘채권자 설명회’에서도 이미 드러났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티와이홀딩스 관계자는 “연대보증 채무에서 저희가 상환한 890억원은 PF 유동화증권으로 개인들에게 리테일로 팔린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선 워크아웃 개시 이후에도 상환해야 한다는 산업은행과의 협의가 있었고, 그에 따라 태영건설 지원 차원에서 상환했다”고 했다.
그러자 산업은행 측은 곧바로 “사실관계가 굉장히 잘못됐다”면서 “(태영건설을 지원하는) 약간의 간접적인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것보단 티와이홀딩스의 연대 채무로 인한 부담을 직접적으로 상실하는 것이고, 반대로 당초에 그 대금 자체가 태영건설에 투입했다면 정상화에 훨씬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태영의 힘겨루기 속에서 태영은 주말 내 새로운 자구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일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주말이 지나면 채권단을 설득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다”며 최후통첩을 보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개시여부를 결정짓는 제1차 채권자 협의회는 오는 11일 열린다. 워크아웃 개시는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부실한 자구안으로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나오는 만큼 태영으로선 채권단을 납득시킬 만한 자구안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SBS(034120) 지분 매각 등이 거론되나, 방송법상 제약이 있다. 하지만 SBS 매각이 어렵다면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의 오너 지분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원장은 “(SBS 지분뿐 아니라) 티와이홀딩스 상당 지분을 오너가 가지고 있으니 그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재원 마련을 채권단이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