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2막은 크리스마스 파티로 시작한다. 오랜 파업으로 지친 탄광 노동자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오랜만에 함께 모여 선물을 주고 받는 장면이다. 초록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의상을 입은 배우들의 춤과 노래로 극장 안은 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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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는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웨스트엔드 뮤지컬. 영국 북부 탄광촌 더럼에서 1984~1985년에 벌어진 파업을 배경으로 한다. 대처는 당시 총리였다. 산업 구조 재편을 위해 탄광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전까지 탄광 산업은 영국 산업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분야였다. 대처 전 총리의 탄광 폐쇄 결정에 탄광 노조는 파업으로 맞섰지만, 대처는 이를 비민주적으로 탄압했고 결국 파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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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80년대 탄광 파업에 대한 잘못된 언급으로 영국 국민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영국 북부를 찾은 존슨 총리가 “마거릿 대처의 탄광 폐쇄 덕분에 일찌감치 기후변화 대응을 시작했다”고 말한 뒤 농담처럼 웃음을 보였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영국 국민들의 원성이 빗발친 것이다. 폴라드 연출은 “그만큼 마거릿 대처와 그 당시 정부에 대한 원망과 고통이 영국 사람들에게 많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 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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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 전 총리의 사망 당일, 극장 관계자가 관객 앞에 나와 ‘우리 작품에 대처의 죽음을 축하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대처를 존중하는 뜻에서 오늘 공연에선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으면 하는 분이 있으면 알려주세요’라고 말했어요. 딱 1명만 찬성한다고 손을 들었죠. 그날 영국 북부에서는 대처의 죽음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습니다.”
그래서 ‘빌리 엘리어트’는 발레를 통해 꿈을 찾는 소년의 가슴 뭉클한 성장담이자, 실패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끈끈한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폴라드 연출은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지금, ‘빌리 엘리어트’를 통해 가족에 대한 마음과 공동체 정신을 함께 얻어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4년 만에 돌아온 ‘빌리 엘리어트’는 5일간의 프리뷰 공연을 마치고 지난 5일부터 정식 공연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아역 배우 김시훈, 이우진, 전강혁, 주현준이 1년 반의 연습 과정을 거쳐 빌리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내년 2월 2일까지 서울 구로구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