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리스크' 美증시서 中기업 시총 106조원 증발

장영은 기자I 2022.10.25 10:41:46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지수 하루만에 14% 폭락
전체 시장 급등 와중에 中 기업만 맥 못춰
반시장적 정책·규제 리스크 우려가 ''발목''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시진핑 3기 리스크’가 세계 주식시장을 덮쳤다. 당국의 규제 강화 등 반(反) 시장적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로 중국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동반상승한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급락세를 보였다. (사진= 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다우존스 마켓데이터를 인용해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주가에 연동되는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 지수가 전거래일대비 14% 폭락했다고 보도했다. 하루만에 시가총액 734억달러(약 105조6300억원)가 증발했다.

뉴욕증시가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급등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대비 1.34% 상승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9% 뛰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86% 올랐다.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유독 약세를 보인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들로만 채워진 3기 지도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당국의 규제 리스크가 커진 탓이다. 특히 시 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와 데이터 관련 규제 강화로 이미 타격을 받았던 대형 기술주들은 더 맥을 못췄다.

미국에 상장된 5대 중국 기업의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만에 521억7000만달러(약 75조원) 사라졌다고 WSJ은 덧붙였다. 대부분이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로 알리바바는 이날 2014년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가인 68달러를 밑돌며, 전거래일에 1877억9000만달러(약 270조3200억원)였던 시가총액이 1663억4000만달러(약 239조4500억원)로 쪼그라들었다. 바이두와 징둥닷컴, 핀둬둬의 시가총액도 10% 이상 감소했다.

중국시간으로 24일 중국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도 급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4일 2.02% 하락한 2977.56에 마감했고, 선전성분지수 2.05% 떨어진 1만694.61에 거래를 마쳤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 넘게 밀리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는 7% 가까이 급락했다.

윌리엄 블레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비비안 린 서스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날 매도세는 친기업적이지 않은 시 주석과 그의 충성파로 구성된 중국 지도부 하에서 중국의 향후 경제 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감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중국이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며, 중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의견은 중립을 유지했다. 또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번 당대회가 중국의 단기적인 성장 부진에 대한 견해를 바꿀 만한 시사점을 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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