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유보부 이첩’과 관련해 검찰 손을 들어주며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이, 검찰이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잇따라 거부하며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공수처가 아직 국가 기관으로서 미숙한 운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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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달 1일 대검찰청, 경찰청 등 수사 기관에 수사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지난 1월 21일부터 5월 31일까지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에 관한 전체 사건 목록, 불기소결정문 전체, 기록 목록 전부 등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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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검은 공수처의 요청을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공수처 요청은 공수처 수사, 공소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경우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는 공수처법 제17조, 제3조 등 관련 법률의 취지를 벗어난 것으로 법적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법 제3조에는 검사의 비위 사건에 대한 공소 제기·유지는 공수처에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고, 제17조는 공수처장이 다른 수사 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한다.
대검은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는 사실상 ‘수사 경력 자료’이기 때문에 자료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공수처에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수사경력 자료는 재판에 필요한 경우이거나 범죄 수사 목적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조회·회보할 수 없다.
대검은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가 발견된 경우에는 예외 없이 그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검은 공수처에 요청 거부 공문을 보내면서 해당 자료가 필요한 이유와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관련 사건(피의자, 죄명, 사건 번호 등) 등에 대해 회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법적 근거에 따른 자료 요청이라면 이에 응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공수처는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같은 공수처의 요청이 부적절했다고 입을 모은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며 “사건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 막연하게 모든 자료를 달라는 것은 모색적인 수사, 즉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실을 획득해 수사에 이용하려는 것이고, 과잉 수사이며 인권 침해다”고 평가했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소꿉장난 같은 느낌이 든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국가 기관에 자료를 요구하려면, 명백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구체성이 있어야 한다”며 “아직 공수처가 경험이 없어 국가 기관을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한 감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수처에 검사 비위 사건을 인지하고 통보하는 것은 검찰이나 다른 수사 기관 모두의 의무”라며 “만약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직무 유기든 징계든 책임을 지면 된다”고 설명했다.
‘尹 감찰 자료’ 놓고 공수처-검찰 간 신경전도
검찰이 공수처의 자료 요청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수처는 최근 입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권 남용’ 고발 사건 관련해 대검과 법무부에 감찰 자료를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는 윤 전 총장 고발 사건 관련 지난해 10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진행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부실 수사 감찰 기록’과 대검·법무부가 합동감찰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공수처는 ‘관계 기관에 고위공직자 범죄 등과 관련된 사건의 수사 기록·증거 등 자료 제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공수처법 제17조 4항에 근거한 자료 요청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검과 법무부는 공수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는 수사 기록이 아닌 감찰 자료이기 때문에 공수처가 근거로 든 제17조 4항에 해당하지 않는 자료라는 판단이다.
법조계도 대검·법무부와 판단을 같이 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어느 기관이든 내부 징계·감찰 자료를 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통상적으로 징계·감찰의 내용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빈약한 근거로 자료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대로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으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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