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지난 1월16일 조류인플루엔자(AI) 첫 발생 이후 40여일 만에 AI가 정부의 안방까지 침투한 가운데 정부가 살처분과 보상금, 지역이전 등을 놓고 일반 농가와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충남 천안 성환읍에 있는 국립축산과학원은 지난 2일 사육하던 오리에서 일부 폐사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결과, 이날 고병원성 AI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 농가에 AI 차단방역 강조한 정부..안방 뚫린 원인도 몰라
과학원은 농촌진흥청 산하 국가 연구기관이다. 닭·오리 유전자원을 보존하고 품종개량 등을 목적하고 있다. 그만큼 시설이 현대화 돼 있으며 차단방역도 잘 되고 있는 곳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그런 과학원이 AI에 뚫렸다. 정부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 AI 발생원인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원은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에 따라 사육하던 오리 4500마리를 매몰하고 과학원 반경 500미터 오염지역 내에 함께 사육 중인 닭 1만1000마리에 대해서도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현재까지 역학조사 결과 과학원 내 4개 저수지에 1일 20~30차례 철새가 날아들었고, 분변 처리를 위해 자체 보유 차량을 이용해 축사를 출입했으며, 축사 바닥 관리를 위해 깔짚을 넣어준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보는 “과학원 내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데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송구스럽다”며 “정확한 발병원인 등을 추가적인 역학조사를 통해 규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농가에 이중잣대 들이대는 정부..논란 자초
정부는 그 동안 AI 발생과 관련해 농가의 차단방역을 강조했다. AI바이러스가 공기가 아닌 ‘접촉’에 따라 전염되는 만큼 ‘장화 갈아신기’ 등을 철저히 당부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살처분 보상금을 AI 발생횟수에 따라 20%(1회)부터 최대 80%(3회)까지 삭감하겠다며 이른바 ‘삼진아웃제’ 도입까지 추진키로 했다. 결국 이번 과학원의 AI 발생으로 농가에만 책임을 지우고 정부 스스로는 방역에 소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농가 살처분 규모를 놓고도 정부는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 AI 발생과 함께 농가 500m 이내의 닭·오리를 무조건 살처분하도록 했고 충북 음성·진천과 경기 화성 등은 살처분 범위를 3km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과학원은 지난달 23일 AI 의심 신고 이후 같은달 24일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평택 팽성읍 종오리 농가와 불과 1.7k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어도 별도의 살처분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시설이 현대화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학원내 저수지 4개가 있어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철새도래지 등 AI위험지구 내 닭·오리 등 가금농장의 신규허가를 제한하고 기존 농장이 이주하면 이주비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차관보는 “과학원 내 AI발생 원인 규명이 우선”이라며 “이번 AI가 발생한 과학원의 이전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