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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의 눈·승부사 감각…AI시대 전력 인프라 10년 앞서 다졌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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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I 2026.07.30 05: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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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의 파워인터뷰]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교수→경영자 미래 산업 핵심 인프라 기업 성장
美 UL 인증·데이터센터·ESS로 글로벌 시장 공략
"인제·거버넌스 통합하는 R&D 컨트톨타워 구축 시급"

우리 사회에 따뜻함을 전해온 예종석 한양대 명예교수가 대한민국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명사들과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그들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공유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통찰과 영감을 제공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등 세상의 변화가 전기 수요 증가를 기반으로 해 전기 인프라 산업의 시대가 본격 도래했다"고 말했다. (사진=김태형 기자)
[대담=예종석 명예대기자(한양대 명예교수)·정리=이지현 기자] 오랜만에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을 만나자마자 그가 내민 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보통 사람보다 크고 두툼했다. 악수할 때는 단단한 악력까지 전해졌다.

국가대표 운동선수를 마주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다들 내 손이 크다고 하는데 한번 대볼까요?”라며 손을 활짝 펴 보였다. 구 회장은 “조선시대 무관 가문으로 손꼽히는 능성 구씨의 피 때문인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구 회장은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넷째 동생이자 LS그룹 공동 창업자인 고 구평회 E1 전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형제들이 모두 운동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중에서도 그는 유독 눈에 띄었다. 유도, 역도, 농구로 몸을 단련했다. 구씨 일가를 통틀어 가장 넓은 어깨를 가졌다는 말도 있다.

운동만이 아니었다. 그는 20년 동안 2000회 이상 잠수한 스쿠버 강사이기도 하다. 무호흡 잠수 기록은 3분 40초에 이른다. 그는 집무실 한 켠에 걸려 있는 달력을 가리키면서 “바닷속에 들어가 촬영하는 취미”라고 했다.

구 회장은 16년 동안 직접 찍은 수중 사진을 골라 해마다 달력으로 제작한다. “물속에서는 빛의 왜곡과 색의 변화를 잘 봐야한다”는 그의 말을 들으니 한 장의 사진 뒤에 얼마나 긴 기다림과 관찰이 숨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관찰력은 경영 방식과도 닮아 있었다. 구 회장의 무대는 기업 현장이 아니었다.

기업인이 되기 전 10여년간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쳤다. 기업재무는 그의 대표 강의였다. 구 회장은 “두 어번 경영을 맡으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그 때는 적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2003년 LG그룹에서 전선·금속·에너지 부문이 독립해 LS그룹이 출범할 때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버지는 집안에서 1명 정도는 교수로 남기를 바랐지만 제가 한번 해보겠다고 설득했다”고 했다.

강단을 떠난 구 회장은 학자의 시선으로 기업을 들여다보면서도 승부사의 감각을 발휘해 방향을 바꿨다. 구 회장은 “2008년 CEO가 됐을 때만 해도 국내외 매출 비중이 8대2 정도였다”며 “지금은 해외 매출이 절반을 넘는다. 앞으로는 해외 매출 80%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단에서 출발해 글로벌 시장으로 향한 그의 승부사(史)가 궁금해졌다.



-기업을 분석하는 연구를 하다가 직접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교수 생활은 강의→논문→시험→방학이 이어지는 반복적인 생활이다. 반면 기업은 매순간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중요한 건 그 결정이 개인의 판단으로 끝나지 않고 임직원 3500명에 딸린 식솔까지 합하면 1만 5000명 가까운 삶이 연결돼 부담이 크다. 48세 나이에 회사를 택했고 50대 초반 CEO가 됐다. ‘교수 출신이 와서 회사가 안됐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를 더 몰아붙였다. 다른 사람의 1년을 나는 10년처럼 일해왔다.

-도전이 많았다. 전력·자동화·배전 제조업에서 미래 산업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화의 출발점은.

△이건 긴 이야기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산업합리화 정책이라는 게 있었다. 정부가 교통정리처럼 기업별 사업영역을 정했다. 현대와 효성은 초고압 전력을, LS산전(당시 금성계전)은 저압과 고압을 하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산업 간 경계가 점점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우리는 초고압 쪽으로 올라갔고, 현대는 반대로 저압·고압 쪽으로 내려왔다. 효성은 그쪽으로 크게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가 초고압 변압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9년이다. 하지만 우리의 강점은 여전히 배전에 있다. 작은 제품을 만들던 회사가 큰 제품으로 올라가는 것은 가능하지만 큰 제품을 만들던 회사가 작은 제품을 잘 만들기는 쉽지 않다. 작은 제품일수록 품목이 많고 고객이 다양하며 현장 대응도 촘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배전 분야의 최강자가 되는 것이다.



-초고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도 목표는 배전 최강자인가.


△최근에는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초고압 전력 수요가 크게 늘었다. 그래서 우리도 공장을 세웠다. 현재 연간 생산능력이 8000억원 정도 된다. 내 생각엔 우리가 그 이상 욕심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수요가 좋다. 하지만 나중에 수요가 꺾이면 어떻게 되겠나. 과하게 지어놓은 공장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말하자면 깡통 찰 수도 있는 거다. 나는 적정한 수준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대신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전략이다. 교류 변압기뿐 아니라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압기, 배전 변압기, 몰드변압기 등 인도네시아 생산 거점까지 갖추며 수요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전력기기 호황에 올라타되 호황 이후까지 계산하는 전략이다.

구 회장은 지난 8년간 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을 맡아 한국 연구개발(R&D) 지원 정책에 깊게 관여했다. 한국의 발전 원동력을 '교육열'로 규정한 그는 기술·공학 인재 육성이 국가의 생존 문제라면서 자녀를 공대로 보내고 싶게 만드는 사회적 인정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김태형 기자)
구 회장은 지난 8년간 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을 맡아 한국 연구개발(R&D) 지원 정책에 깊게 관여했다. 한국의 발전 원동력을 '교육열'로 규정한 그는 기술·공학 인재 육성이 국가의 생존 문제라면서 자녀를 공대로 보내고 싶게 만드는 사회적 인정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김태형 기자)


-학자 출신 경영자다운 계산과 현장형 경영자의 감각이 동시에 드러난다. 요즘은 미국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2008년 CEO가 되고 나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게 미국 진출이다. 전기가 아닌 재무를 전공한 사람이다보니 시장을 숫자로 봤다. 우리의 시장은 한국이 아닌 세계라고 생각해 그때부터 해외를 보러 다녔다. 미국은 세계 전력 시장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다. 그런데 인증 체계가 달랐다. 유럽이나 한국은 IEC 인증을 쓰지만, 미국은 UL 인증을 별도로 요구한다. 그러니까 미국에 가려면 제품을 사실상 새로 개발해야 했다. 미국 규정이 훨씬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용 제품을 개발하자고 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본부장급에서 ‘왜 새로운 걸 하느냐’며 소극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시장에만 팔아도 잘 먹고 잘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달랐다.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했다. 데이터센터가 본격적으로 뜨기 전부터 우리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그때 연구원들이 ‘아, 이 시장은 앞으로 커지겠구나’라고 느겼다. 그때부터 10년 넘게 미국 UL인증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고 지금은 제품군이 많이 나와 있다.

-프랑스 슈나이더일렉트릭, 미국 이튼, ABB 같은 전력기기 분야의 글로벌 톱 기업들이 있다. 경쟁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중요한 건 자체 테스트 센터였다. 국내에서 이런 대전력 시험 설비를 갖춘 곳은 우리와 한국전기연구원 정도밖에 없다. 외환위기 당시 전임 회장이 큰 투자를 해서 시험 설비를 들여왔다. 도시바가 만든 발전기였다. 코로나 때도 1대를 더 들였다. 제품 개발할 게 많고 더 큰 용량의 제품을 시험해야 하니 3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시험 설비가 두 대가 되니 개발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보통은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인증 시험을 받으려고 줄을 서야 한다. 한 번 떨어지면 다시 처음부터 줄을 서야 한다. 고용량 테스트는 네덜란드까지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체 설비를 갖고 있으니 훨씬 빨리 개발할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 이게 큰 강점이다.



-스마트 차단기도 처음 만들었다.


△우리는 단순히 차단기만 만들지 않는다. 차단기에 통신 기능을 더했다. 전기가 지나가면서 나오는 데이터를 모두 모으고 배전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게 한 거다. 우리가 처음 개발했고 그 제품이 데이터센터에 들어간다. 데이터센터 차단기에 통신 모듈이 들어가면 전체 전기 배전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다. 전자파 검사도 중요하다. 전자기적합성(EMC), 전자기간섭(EMI) 같은 전자파 관련 검사도 많이 한다. 우리 회사는 연구개발(R&D) 회사다. 매년 매출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입한다. 많을 때는 8%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한 글로벌 100대 혁신기업에 10년 연속 포함됐는데.


△매출 대비 R&D 투입이 얼마나 되는지, 특허가 얼마나 있는지, 이런 걸 꼼꼼히 본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다. 예전부터 미국 UL 인증 제품을 개발한 게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빅테크 기업들도 기존 글로벌 톱4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에게 만들어달라고 제안해온다. 처음에는 실패도 했고 개발에 1년 반 정도 걸리기도 했다.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쪽에서도 좋은 소식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전력, 자동화, 배전·변압기·배전반·에너지 저장장치(ESS) 사업은 지금 성장기가 아닌 글로벌 전력망 교체, AI 데이터센터 확대, 신재생에너지 연계 그리드 구축이라는 복합 구조의 변화 속에 있다. 즉 ‘전력 인프라의 전환기’에 진입한 것이다. 현재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북미 시장은 송·배전망이 이미 노후화돼 있고 AI 데이터센터 전력설비 수요가 급증하며 교체와 확장 수요가 맞물려있다. 우리는 일찌감치 전통적인 전력기기 사업에서 ESS·데이터센터 전력솔루션·신재생 연계 그리드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전환한 ‘준비된 플레이어’다. 이와 함께 미국 텍사스주 배스트럽에 캠퍼스를 설치해 생산·기술·서비스 기능을 집결시키고 있다. 지난해 초 마무리한 1차 증설에 이어, 이번 2차 증설을 통해 단순 생산라인 확대를 넘어 고객 니즈에 맞춘 설계와 R&D 기능까지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올인원’ 복합시설을 구축해 현지 요구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27년 초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UL 인증과 현지 유통·서비스 인프라까지 더해지며 품질, 납기,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 흐름이 미국 시장 수주로 연결됐다. 앞으로도 이런 흐름을 이어가는 동시에 더욱 가속화하는 것이 과제다.

사실 그는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두번의 큰 수술을 이겨냈다.
사실 그는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두번의 큰 수술을 이겨냈다. "열정이 크면 스트레스도 커진다. 뭔가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보니 몸에도 무리가 왔다. 갑상선 수술도 했고 콩팥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도 받았다. 그래도 회복하는 힘은 있었던 것 같다. 형님들한테 '내가 어머니 아버지로부터 안 좋은 것은 다 받았으니 날 챙기라'고 말했다.(하하)"(사진=김태형 기자)


-눈부신 성과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왔나.


△결국 고객이 무엇을 원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고객이 만족해야 하고 불만이 있으면 빨리 해소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박사급 연구원들이 현장에 많이 간다. 고객을 직접 만나 필요한 기술을 확인하고 설명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는 전력기기 상당 부분도 우리 제품이다. 현장에서 요구를 듣고 기술을 교환하다 보면 엔지니어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고 새로운 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은 인증과 규격이 중요하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재생에너지 설비가 원하는 조건이 모두 다르다. 우리는 그 요구를 듣고 고객 맞춤형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전력기기 경쟁력은 결국 종합적인 대응력인가.


△제품 성능만큼 지원하는 조직이 중요하다. 미국 시장에서도 기술지원과 서비스지원 조직을 강화하고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인력을 보내 현장 대응력을 키우고 있다. 기계는 고장 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다. 소비재에서 신속한 사후서비스가 경쟁력이라고 하지만 산업재는 사후 서비스가 더욱 중요하다. 전력기기는 사고 위험이 큰 만큼 책임 있는 사후 대응이 필수다. 예전에 포스코 공장이 물에 잠겼을 때도 부산 영업소에서 임시 사무실을 만들어 현장을 지원했다. 그 이후 포스코는 우리 제품을 계속 쓰고 있다. 산업재는 한 번 팔면 끝나는 제품이 아니다. 사후 서비스와 기술지원까지 포함해 고객을 끝까지 책임지는 사업이다.



-5대 핵심 사업의 구체 내용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주력 사업을 명확히 하고, ‘선택’과 ‘집중’에 따라 실행해야 한다. 호황에 기댄 단기 실적은 기업에 가장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외부 환경에 의존하지 않고 강점을 지닌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5대 핵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사업을 비롯해 북미 배전시스템 유통망 확대, 초고압 변압기 사업 강화, ESS 사업 활성화, 글로벌 배전 사업 역량 강화가 그것이다. 국내에서 강점을 가진 데이터센터 사업을 해외로 넓혀 빅테크 기업들의 전력 인프라를 담당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배전기기와 솔루션에서는 최대 성과를 이어가고 초고압 변압기는 생산능력 증설을 바탕으로 시장 장악력을 높일 계획이다. ESS와 직류(DC) 시장에서도 통합 솔루션을 앞세워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겠다.



-ESS 산업이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전기차 시장의 수요정체현상으로 침체했던 2차전지 업계가 최근 ESS를 통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전기차 성장 둔화가 ESS 산업에는 오히려 기회가 된 셈이다. 한국은 배터리, 전력변환, 제어기술을 모두 갖춘 거의 유일한 국가다. 이제 ESS는 단순한 저장 장치를 넘어 관리와 서비스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AI 기반 에너지 관리시스템(EMS), 클라우드 모니터링, 데이터센터 전력 운용 최적화 등을 통해 ‘저장-운용-경제성’이 하나의 패키지로 작동해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 LS일렉트릭이 ESS를 통합 전력 플랫폼으로 육성해온 것도 같은 이유다. ESS는 단순한 시스템 결합을 넘어 데이터센터, 스마트팩토리, 신재생에너지 등 다른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전력의 디지털 전환’을 실현하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했음을 자각해야 한다.



-AI 시대 전력의 의미는.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초고압 변압기 같은 대형 전력설비 뿐만 아니라 배전반 등 전력 시스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반도체 사용이 많아질수록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일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도 친환경 전력설비 구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 AI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서버 용량이 급증하고 이를 냉각하는 시스템에도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관련 기업으로서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AI 시대는 전력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는 역사적 계기다. 앞으로는 전기를 더 많이 생산하는 것뿐 아니라 비싸게 생산한 전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가 중요해진다. 정부와 기업은 전력 효율을 높이는 인프라 구축에 더 집중해야 한다. AI는 전력 수요를 키우는 동시에 전력 인프라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도구다. 데이터센터는 고밀도·무정전이 생명인 만큼 전력망은 분산·양방향·DC화로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으로서 정부와 기업에 전하는 R&D 전략 조언은.


△국내 R&D 투자 규모는 큰 편이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인재 부족과 단기 성과 압박이다. 특히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기술 인력 부족은 단순 인력난이 아닌 재난 수준의 위기로 봐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인재 정책과 R&D 거버넌스(시스템 및 의사결정구조)를 통합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부처별로 흩어진 인재 지원 사업을 산업계 수요에 맞게 연계하고 R&D 예산과 전략을 통합적으로 이끌 리더십이 중요하다. 세제·지원 정책도 강화해야 기업이 장기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다.

기업도 기술 리더십을 경영 전략과 직접 연결해야 한다. AI 시대에는 데이터 기반 연구, 산업과 학문 간 융합, 개방형 협력이 필수다. 무엇보다 연구자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기술자가 미래를 책임지는 주체로 인정받을 때 조직의 혁신 역량도 높아진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예종석 대기자와 대담하며 미소짓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예종석 대기자와 대담하며 미소짓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구자균 회장은…

△1957년 서울 출생 △중앙고 △고려대 법학과 △美 텍사스대 대학원 국제경영학 석사· 동대학원 경영학 박사(기업재무)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LS산전 관리본부장 사장△LS산전 대표이사 사장 △LS산전 대표이사 부회장 △LS그룹 산전사업부문 회장 △LS산전 대표이사 회장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現)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회장(現) △한국전기산업진흥회 명예회장(現) △대한전기학회 부회장 △한국능률협회 이사 △기초전력연구원 이사 △CIGRE 한국위원회 부위원장 △국가표준심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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