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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국민 분노 알아…100일간 프랑스 위한 개혁”
마크롱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오후 TV로 방송한 대국민연설에서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리는 연금개혁 법안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를 알고 있다면서도, 꼭 필요한 조치였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연금을 줄이거나, 납입금을 높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면서 정년 연장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 중 가장 나은 것이었다는 소신을 밝혔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월 하원에서 연금개혁법안의 부결 가능성이 커지자 표결을 생략하는 헌법 특별 조항을 사용했다. 지난 14일 오후 프랑스 헌법위원회가 법안 대부분의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리자 다음날인 15일 새벽에 속전속결로 새 연금개혁법을 공포했다.
이에따라 프랑스에서 연금 수령을 시작하는 연령은 현행 62세에서 올해 9월 1일부터 매년 3개월씩 늘어나 2030년 64세가 된다. 연금을 100% 받기 위해 기여해야 하는 기간은 기존 42년에서 2027년부터 43년으로 1년 늘어난다. 대신 최소 연금 상한은 최저임금의 75%에서 85%로 인상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개혁에 대한 “공통적인 의견”을 도출하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를 포함해 그 누구도 사회 정의에 대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면서 노동조합(노조)과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개월 동안 협의했어도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점차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은 국가 전체의 부를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연금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앞으로 100일 동안 교육, 의료 환경을 개선하고 청소년 범죄와 불법 이주 통제를 강화하는 등 프랑스를 위한 개혁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자들의 급여 개선을 위한 새로운 조치에 대해 노조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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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들고 거리 나온 시민들 “우리도 대통령 말 안 들어”
마크롱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하는 동안 프랑스 전역에서는 이번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전역의 광장에는 수천명의 시민이 참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쓰레기에 붙이거나 냄비와 프라이팬 등을 두드리면서 “마크롱이 우리의 말을 안 듣는다면 우리도 그의 말을 듣지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프랑스 8개 주요 노조는 “대통령은 여전히 국민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5월 1일 프랑스 전역에서 국민의 진짜 분노를 들려주겠다”라고 경고했다. 최대 노조 중 하나인 민주프랑스노동연맹(CFDT)의 로랑 버거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은 구체적인 제안이 부족하다”며 일축했다.
하원 제1야당인 좌파 연합 뉘프의 주축인 극좌 성향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소셜미디어(SNS) 트위터에 마크롱 대통령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극우 성향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도 마크롱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등을 돌리고 고통을 무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연금개혁 법안 공포 과정에서 야권과 노동단체, 시민들은 사회적 합의를 생략한 연금 개혁 법안 통과 조치에 크게 반발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첫번째 임기 초부터 주장했던 연금개혁의 뜻을 관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