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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월街에서 가장 돈많이 번 사나이

김국헌 기자I 2008.01.16 14:30:14

헤지펀드社 폴슨 앤드 컴퍼니의 존 폴슨 대표
서브프라임 모기지 하락 베팅으로 1년 수익률 440%
퀀텀펀드의 조지 소로스, 투자전략 자세히 듣고자 점심 초대
워렌 버핏·윌버 로스와 어깨 나란히..그린스펀 자문으로 고용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난세가 영웅을 낸다면, 금융시장 위기는 투자의 전설을 탄생시킨다.

지난해 말 월가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존 폴슨. 서브프라임 모기지 하락에 베팅해 1년 만에 투자금을 4배 넘게 불렸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나갔다.

지난 1992년 파운드화 하락에 베팅해 10억달러를 번 조지 소로스 퀀텀 헤지펀드 대표도 점심에 초대할 정도로, 몇 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투자기법으로 막대한 부를 거머쥔 인물이 있다는 얘기가 소문의 줄거리였다.  

존 폴슨(52) 폴슨 앤드 컴퍼니 대표는 헤지펀드 업계의 속성상 월가의 빌딩숲 속에 숨어 있었지만, 월가의 실력자들도 귀기울일 만한 뛰어난 베팅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의 레이더에 걸렸다. 소로스 대표도 궁금해한 그의 베팅 뒷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자.

◇월가 사상 한해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나이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11월 말 폴슨 헤지펀드가 연평균 수익률 440%를 기록했다고 타전했다. 16일 WSJ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설정된 크레디트 펀드의 지난해 수익률은 590%이고, 지난해 1월 설정된 두번째 펀드의 지난해 수익률은 350%다.

WSJ은 폴슨 대표가 월가 역사상 한해 동안에 가장 많은 돈을 번 헤지펀드 매니저라며, 개인적으로 챙긴 수익이 30억~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폴슨 헤지펀드가 올린 어마어마한 수익률이 지난해 11월29일 뉴욕 맨해튼에서 투자자 500명을 모아서 연 연례회의에서 새나가면서, 그의 베팅 비법에 월가의 이목이 집중됐다.

◇비법은 CDO와 CDS 이용해 서브프라임 하락 베팅

폴슨 대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역베팅한 수단은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담보부증권(CDO)과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

"당신은 주택에 숏(공매도)을 칠 수 없다"는 폴슨 대표의 말대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하락에 베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택시장의 먹구름을 예견한 투자자들은 많았지만 폴슨 대표만큼 높은 수익률을 올리지 못한 이유도 투자 시점과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했다는 데 있다.

미국인이 주택시장을 믿어 의심치 않던 시절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예견한 폴슨 대표는 하락에 베팅할 투자수단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폴슨 펀드의 파울로 펠리그리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모기지 채권이 하락하면 청산할 수 있도록 복합적인 채권 매매기법을 고안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CDO를 쪼개서 공매도하는 것이다.

또 다른 비법은 채권 매수자들이 채무불이행을 대비해 드는 보험 성격의 CDS를 싸게 사둔 것. 모두가 주택시장을 신뢰할 때 터무니없이 싼 값에 거래되던 CDS를 사들였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심화될 시점에 내다팔면서 엄청난 차익을 거뒀다.
 
마지막으로 골드만삭스도 베팅해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진 ABX 지수도 역베팅 투자대상으로 활용했다. ABX 지수는 모기지 채무불이행 위험도를 반영하는 지수로, 지난 2006년 7월 100에서 올해 초 20 이하로 추락했다.  

◇월가에서 주택시장 전문가로 잔뼈 굵어

폴슨 대표의 성공은 월가에서 기본기를 다지면서 얻은 전문적인 식견으로 투자 기회를 잡은 사례. 월가 금융사에서 주택시장과 약세장 베팅 기법을 배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안목을 키워나갔다.

폴슨 대표는 뉴욕 퀸즈에서 성장해,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레온 레비 오딧세이 파트너스 대표 밑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15년 전 주택시장 불황으로 뉴욕 고급아파트와 햄프턴 저택 차압 매물을 사들이면서 높은 수익을 올렸다.

지난 1984년 베어스턴스로 옮긴 그는 5년간 인수·합병(M&A) 분야에 몸담았고, 그러스은행으로 간 이후에 인수 차익거래와 채권 하락 베팅기법을 체득했다.

처음 헤지펀드를 만들어 독립한 것은 지난 1994년. 200만달러로 직접 헤지펀드 회사를 설립해, 지난 2002년에는 운용자금 규모를 5억달러로 키웠다.

잘 나가는 헤지펀드였지만, 전설적이 투자 반열에 들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월가 금융사를 돌고, 헤지펀드를 키우면서 쌓은 실력이 폴슨 대표를 워렌 버핏이나 윌버 로스에 버금가는 전설적인 투자자로 만들 기회를 잡는 밑바탕이 됐다.
 
버크셔해서웨이 최고투자책임자인 버핏은 지난 1970년 가치주를 사들이면서 돈을 벌었고, 로스 미탈스틸 이사는 2000년대 초반 저평가된 철강기업을 헐값에 주우면서 억만장자로 부상했다. 

◇그린스펀과 모순된 인연..버블로 번 돈으로 고용

재미있는 점은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초래한 주택시장 거품으로 번 돈으로 그린스펀 전 의장을 고용했다는 사실이다. 그린스펀은 폴슨 헤지펀드의 고문으로 영입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월가에서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의 금리인하 정책이 주택시장 거품을 키웠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이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돈을 번 헤지펀드의 고문을 맡았다는 점은 모순된 상황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업계에 한 회사만 선택하겠다고 원칙을 세웠고, 헤지펀드 업계에서 그가 선택한 회사는 폴슨 앤드 컴퍼니. 은행업계에선 도이체방크를, 채권업계에선 세계 최대 채권펀드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PIMCO)를 간택했다. ☞관련기사: 그린스펀, 또 명함생겨..헤지펀드社 고문됐다

폴슨 대표의 성공에도 그늘이 드리워졌다. WSJ는 월가 경쟁사들이 시장을 조작해 돈을 벌었다고 그를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의 기법을 모방하는 펀드들이 늘고 있어 앞으로도 그같은 수익률을 올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투자자들의 회의적 시선도 덧붙였다. 
 
하지만 폴슨 대표는 아직도 투자 기회가 널려 있다는 생각이다. 주택시장 위기가 수년은 더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바닥에서 투매된 채권을 주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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