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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집으로 들어가는 A씨를 쫓아 아들이 문을 밀치고 들어왔다. 그러고는 아들은 A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고 했다. 휴대전화에 있는 교인 명단을 확인하려고 그런 것이다.
휴대전화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A씨가 저항하면서 몸싸움이 시작됐다. 그러나 장성한 아들의 힘을 A씨가 당해내기에는 부족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A씨는 아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넘어진 이유를 두고 모자는 다른 말을 했다. A씨는 아들이 자신을 밀어서라고 했고, 아들은 A씨가 알아서 넘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A씨는 상해 진단서를 떼어 경찰에 제출했다.
결국 아들은 존속상해죄로 입건돼 벌금 1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죄가 인정되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우니 재판까지는 받지 않고 벌금형으로 종결하는 처분이다. 당사자가 원하면 정식으로 재판을 받을 수 있다.
억울한 아들은 정식 재판을 청구해 유무죄를 따져보기로 했다. 자기는 모친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았고, 설령 그랬다고 하더라도 사이비 종교에서 구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아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종전처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도 “피고인은 평소 모친을 진정으로 염려한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다툼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인정했다.
그러나 “모친의 진술을 고려하면 상해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A씨가 “아들이 휴대전화를 빼앗으려고 내가 다치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더라”고 경찰에서 진술한 게 A씨 유죄의 결정적인 증거가 된 것이다.
법원은 “범행에 다소 참작할 경위가 있지만, 모자 관계에서 일어난 것이라 죄질이 불량하다”며 “그럼에도 반성하지 않고 있어서 종전의 벌금형이 과해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아들의 항소로 2심이 시작됐다. 2심 법원은 1심처럼 아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판결은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했다.
선고 유예는 선고를 미루고 2년이 지나면 아예 전과를 없애는 판결이다. 이 기간 자격정지 이상 형을 받을 만한 범죄를 저지르지만 않으면 된다. 사실상 법원이 선고하는 가장 관대한 판결이다.
2심 법원은 “아들은 사이비 종교에 빠진 어머니를 진정으로 걱정하면서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여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피고인은 아무런 전과가 없고 나이가 어린 대학생이라는 점도 고려하면 1심이 선고한 벌금 100만원은 무거워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