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축하식의 화두는 ‘뉴라이트’였다. 이종찬 광복회 회장은 뉴라이트의 문제를 ‘대외의존성’이라고 꼬집으면서 주체적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뉴라이트는 일본이 우리의 근대화에 도움을 줬다고 말한다”며 “우리는 역사가 단군의 역사에서 시작됐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항일무장독립투쟁은 한 것이 없다. 모두 미국 연합군 덕분이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맞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단군시조가 세운 나라이고, 우리나라를 우리답게 지키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광복회는 대한민국의 건국절은 임시정부 시절 국경일로 지정된 개천절이고, 건국일은 기원전 2333년 10월 3일이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광복회 관계자는 “개천절을 맞아 열린 축하식은 1945년 해방 후 건국기원절 축하식이 단절된 지 79년 만에 부활하는 것으로, 뉴라이트 등 일각에서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일을 건국절로 인식하고 제정·기념하려는 행위가 헌법과 역사에 맞지 않음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광복회의 입장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여러 중요한 과제 앞에서 보수와 진보를 자르지 말고 함께 손을 잡아야 하는데 어째서 서로 갈라치는 일이 반복되는지 안타깝다”며 “당당하게 역사를 대해야 하는데 왜 유구한 역사를 부정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라이트와 광복회의 역사 논쟁은 지난 8월 광복회가 뉴라이트 계열로 지목했던 김형석 당시 재단법인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이 신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되면서 불거졌다. 이 회장은 “독립기념관 임원추천위원회가 독립운동의 상징성이 있는 독립운동가 후손 후보들을 탈락시켰다”고 주장했고,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했다. 독립기념관장은 독립기념관법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 중 보훈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뉴라이트는 20세기 중·후반에 나타난 다양한 형태의 보수·우익 성향이나 반체제적 저항운동 단체·운동을 지칭하는 말이다. 국내에서는 2004년부터 수구·부패 이미지로 점철된 기존 우파세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뉴라이트 운동이 활성화됐다. 이 중 일부는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이 임시정부를 수립한 1919년 4월 11일이 아닌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1948년 8월 15일이라며 ‘1948년 건국절’을 주장한다. 이에 대해 광복회와 독립운동단체 등에서는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역사와 정통성을 부정한다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