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흑해 곡물수출 재연장 거부할수도…식량대란 재발 우려

방성훈 기자I 2023.03.06 11:17:15

'흑해 곡물협정' 18일 만료…러, 중단 가능성 시사
러 외무 "러 농업생산자 이익 배려돼야 협상 유지"
연장 불발되면 인플레 재개·글로벌 식량난 심화 우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국물 수출 협상과 관련, 러시아가 기한 연장을 거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식료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드는 한편, 저소득국·개발도상국의 식량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진=AFP)


5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과 터키의 중재 하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7월 체결한 ‘흑해 곡물 협정’(Black Sea Grain Initiative)이 오는 18일 만료된다. 러시아가 흑해 봉쇄를 풀고 오데사항·피브데니항·초르노모르스크항에서 매달 500만톤의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11월 한 차례 연장된 바 있다.

메블루트 카부소글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유엔 최빈국·개도국 회의에서 “우리는 흑해(를 통한) 곡물 거래의 원활한 이행과 (러시아와의 협상을) 추가로 연장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추가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1일 “러시아 생산자들의 이익이 배려되는 경우에만 협상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서방이 자국 농산물의 수출을 직접 제재하진 않지만, 결제, 물류, 보험 등에 대한 제재를 통해 실질적으로는 곡물과 비료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만약 러시아가 추가 연장을 거부하면 국제 식료품 가격이 다시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정점을 찍고 둔화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흑해 곡물 협정을 처음 연장할 때에도 러시아가 거부 가능성을 내비쳐 국제 식료품 가격이 크게 들썩인 바 있다.

아울러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의 식량난이 심화할 수 있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는 매달 500만~600만톤의 곡물과 해바라기씨 등을 흑해를 통해 수출, 약 4억명에게 식량을 공급했다. 하지만 전쟁 이후 수출 중단으로 이집트, 리비아, 레바논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다른 식량 수입 국가들도 국제 곡물 가격 상승으로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의 경우 1억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식량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재개됐지만 우크라이나의 수출 물량은 이미 크게 줄어든 상태다. 전쟁으로 수확량이 2021년 8600만톤에서 지난해 5100만톤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4자 합의를 통해 설치된 공동조정센터(JCC)에 따르면 협정 체결 이후 지난 3일까지 781척의 선박을 통해 총 2300만톤의 곡물이 수출됐다. 전쟁 전 연간 4500만톤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식량난이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에 의존해온 아프리카·중동 저소득국가들엔 안정적 조달이 절실하다”며 “전체 밀 수입의 70%를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에 의존하는 이집트는 올해 1월 인플레이션율이 26%대로 악화했다. 튀니지 등에서도 생활고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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