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중국 자본시장에서 자금의 무게중심이 채권으로 기울고 있다. 한때 자산 증식의 대표 경로였던 부동산은 가격 조정과 거래 부진 속에 예전 같은 안전지대가 되지 못하고, 주식시장은 부양책 기대가 나올 때마다 반짝이지만 경기와 실적이 따라오지 못하면 다시 식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성장에 베팅하던 투자자들은 이제 손실을 줄이고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 자금이 향한 곳이 홍콩 채권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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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재정부는 지난 22일 홍콩 특별행정구에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총 155억위안(약 3조3630억원) 규모의 위안화 국채를 발행했다. 2년물 50억위안, 3년물 50억위안, 5년물 45억위안, 15년물 10억위안 규모로 발행금리는 2년물 1.32%, 15년물은 2.08%로 정해졌으며 전체 청약배수는 4.6배를 기록했다. 앞서 중국 재정부는 지난 2월에도 홍콩에서 140억위안(3조 338억원) 규모의 위안화 국채를 발행한 바 있다. 두 달 만에 발행 규모를 더 키운 셈으로, 이번 발행은 2023년 10월 이후 홍콩에서 나온 단일 위안화 국채 가운데 최대 규모다.
낮은 금리에도 청약이 몰린 배경에는 홍콩이라는 시장의 특수성이 있다. 홍콩은 중국 본토 밖에서 위안화가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곳이자, 해외 투자자가 중국 정부 신용에 접근할 수 있는 대표 창구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홍콩 국채 발행은 본토 밖 위안화 투자시장을 키우는 동시에,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정부 채권을 어느 금리 수준에서 받아들이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다. 중국 자산을 완전히 떠나기보다 본토 시장의 변동성을 피하려는 자금이 홍콩에서 위안화 안전자산을 고르는 셈이다
중국 자금이 이처럼 방어적으로 움직이는 배경에는 최근 부동산을 비롯한 중국 내 자산시장에 대한 불안이 깔려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투자자산이던 부동산은 오랫동안 가계 자산 형성과 지방재정, 기업 투자를 잇는 핵심 자산이었다. 집값이 오르고 도시화가 진행되는 동안 아파트는 가장 익숙한 투자처였고, 지방정부들 역시 토지 매각 수입으로 재정을 꾸렸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구조가 흔들리며 부동산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커졌다. 헝다(에버그란데)와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에 이어 국유 배경의 우량 개발사로 여겨졌던 완커까지 최근 유동성 압박에 노출된 점은 시장의 불안을 키운 대표 사례다.
주식시장 역시도 뚜렷한 대안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중국 증시는 당국의 부양책이 나올 때마다 반등하지만, 소비 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상승세가 오래가지 않는다. 전기차와 배터리, 인공지능(AI) 같이 정책 지원이 따르는 업종에는 자금이 여전히 몰리지만, 시장 전반을 띄우지는 못하는 추세다. 성장 기업을 고르는 부담이 커진 투자자들은 이제 주가 상승 기대보다 이자 수익과 상환 가능성이 보이는 채권을 더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채권으로 몸을 낮춘 자금은 위안화 국채에만 머물지 않았다. 홍콩달러 회사채 시장에서도 우량 발행사를 중심으로 주문이 이어졌다. 중국 정부 신용과 홍콩 우량 기업 채권을 한 시장 안에서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홍콩 채권시장의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콩 지하철 운영사 MTR은 최근 189억홍콩달러(약 3조5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홍콩 대표 항공사 캐세이퍼시픽도 지난 22일 3년 만기 홍콩달러 채권으로 20억홍콩달러(약 3783억원) 안팎을 조달했다. MTR과 캐세이퍼시픽은 각각 홍콩 철도망과 항공 운송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사업 기반이 뚜렷하고 상환 능력을 가늠하기 쉬운 발행사로 꼽힌다. 홍콩이 중국 정부채와 홍콩 우량 회사채를 함께 소화하는 채권시장으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홍콩이 다시 자금의 집결지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홍콩은 오랫동안 중국 기업과 해외 자금이 서로를 확인하는 관문이었다. 중국 기업에는 글로벌 자본으로 나가는 출구였고, 해외 투자자에게는 중국 성장에 들어가는 입구였다. 이 구조를 가장 크게 활용한 기업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다.
알리바바는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뒤 2019년 홍콩에 2차 상장했으며, 이후 홍콩 상장 지위를 아예 1차 상장으로 전환했다. 당시는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관세전쟁으로 시작된 미·중 갈등이 기술과 자본시장으로 번지며 미국 내 중국 기업을 향한 회계감독과 상장 유지 요건이 강화되던 시기였다. 알리바바에 이어 이후 징둥닷컴과 넷이즈도 홍콩 2차 상장에 나섰고, 징둥닷컴은 나스닥에서 홍콩으로 1차 상장 무대를 바꾸기도 했다.
말하자면 홍콩은 과거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 리스크를 낮추면서 해외 투자자를 만나는 성장주의 무대였지만, 이번에는 중국 내부 자산시장 불안을 피해 온 자금이 위안화 국채와 우량 회사채를 고르는 채권시장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LSEG(런던증권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올해 홍콩달러 채권 발행액은 1157억홍콩달러(약 25조1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6.4% 늘었다. 연초 이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연간 발행액도 3606억홍콩달러(약 78조2000억원)로 전년보다 약 17%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채권시장 호조를 홍콩 금융시장 전반의 회복으로 보기는 이르다. 자금흐름은 아직 중국 정부채와 홍콩 우량 회사채에 집중돼 있고, 재무 부담이 큰 기업까지 넓게 퍼지는 단계는 아니다. 시장이 위험을 다시 적극적으로 떠안기 시작했다기보다, 위험을 피해 머물 곳을 고르는 흐름에 가깝다. 그럼에도 홍콩이 중국 본토와 글로벌 자본시장 사이에서 여전히 유효한 접점이라는 점은 다시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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