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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민사12부(재판장 임성근)는 18일 김계순(90)씨 등 근로정신대·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27명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피해자 1인당 8000만~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후지코시는 태평양 전쟁 당시 12~18세 한국인 소녀 1000여명을 일본 도야마 공장으로 강제로 데려가 혹독한 노동을 시켰다. 김씨 등은 1945년 3월 ‘근로정신대에 가면 돈을 벌 수 있고, 일이 끝난 야간에는 학교에도 갈 수 있다’ 등의 말에 속아 근로정신대에 지원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10~12시간 가량 노동에 시달렸지만, 야간 학교는커녕 임금도 받지 못했다. 1945년 10월 일본이 패망하고 나서야 김씨 등은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귀국 후에도 고통은 이어졌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근로정신대에 갔다 왔다는 이유로 배우자에게 폭행 당하거나 이혼을 강요받기도 했다. 이들 대부분은 70년 동안 가족이나 주변인들에게 근로정신대에 다녀온 사실을 숨기고 살아와야만 했다.
김씨 등 피해자들은 2003년 후지코시를 상대로 도야마 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재판소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한국인 개인의 청구권은 포기됐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2011년 이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나 2012년 5월 한국 대법원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고, 일본 법원 판결의 국내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자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후지코시가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후지코시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그해 12월 서울고법에 사건이 접수됐다. 항소심은 앞선 신일철주금 상대 소송 최종 결과를 기다렸지만, ‘사법농단’ 탓에 대법원의 판단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최종 승소 판결을 내렸고, 항소심 재판부도 대법원 판단 취지에 따라 후지코시 측 항소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