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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낮은 치명률 강조에도…中발열 환자 급증에 인력 부족

김윤지 기자I 2022.12.14 11:46:42

쑨춘란 베이징 시찰 “의료 서비스 보장 급선무”
통계 무의미…中 “무증상자 집계서 제외”
베이징 內 유통센터 400곳 운영 중단
환자 몰린 의료시설 "의료진도 다수 감염"

[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중국 방역 당국이 연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낮은 치명률을 앞세워 안정적이고 질서 있는 방역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선 발열 환자 급증으로 인력 부족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 한 발열 진료소(사진=AFP)
1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방역 총책임자인 쑨춘란 부총리는 전일 베이징을 방문, 베이징 차오양병원을 비롯해 각종 의료 시설을 방문하고 발열 진료소 설치 및 약품 비축 공급 등 현황을 살폈다. 그는 주민들의 의료 서비스를 보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의료 자원을 늘리고 고령층과 어린이 등 감염에 취약한 이들에 대한 보호를 주문했다.

신화통신은 “현재 베이징의 신규 감염자는 가파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무증상 감염자와 경증 환자”라면서 “현재 병원에 입원한 중증 환자는 50명으로 대부분 기저질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 당국이 전반적인 안정과 이해를 호소하는 배경에는 크게 늘어난 확진자 수에 있다. 중국 국무원이 지난 7일 자가격리 허용·핵산(PCR) 검사 최소화 등을 포함하는 국무원의 새로운 10개 방역 최적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엄격한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 폐기 수순을 밟으면서다.

베이징 차오양구 한 쇼핑몰 내 문 닫은 드럭 스토어.
이후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공식 통계는 지난 11일 이후 무증상자를 포함한 중국 본토 일일 확진자 수가 1만명을 하회, 지난달 27일 최고점 대비 5분 1 미만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베이징시 방역 당국이 밝힌 지난 11일 기준 발열 진료소를 찾은 이들은 1주일 전 대비 16배 늘어난 2만2000명이다. 사실상 베이징시 확진자 수만 2만명이 넘는다는 의미로, 느슨해진 PCR 검사로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확진자 수가 늘어난 것이다. 기존 통계 집계 방식이 무의미해지자 중국 방역 당국도 14일부터 무증상 감염자는 공식 통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 “급증한 환자에 ‘확진’ 의료진도 근무 지속”

확진자가 늘면서 고강도 방역 완화로 잠시 활기가 돌았던 베이징은 봉쇄 당시와 비슷한 ‘유령도시’로 돌아갔다. 취식 금지가 해제되면서 문을 열었던 식당은 물론 일부 소매점이나 쇼핑몰도 방문 고객 수와 확진에 따른 출근 가능한 직원 수가 줄어들자 다시 문을 닫거나 제한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일반 기업들도 확진자 급증에 재택 근무 전환 및 사무실 제한 운영에 돌입했다.

취식 금지는 해제됐지만 배달 중심 운영을 하고 있는 한 식당.
택배원이나 배달 기사 모집도 비상이 걸리면서 물류나 배달도 크게 줄었다. 지난 12일은 ‘솽스얼(12월12일)’로 전자 상거래업체의 대형 판촉 이벤트 기간으로 택배 수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으나 정작 고객에게 전달된 길은 막힌 것이다. 중국 관영 영자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국가우편국(SPB)을 인용해 지난 11일 기준 베이징에 있는 약 400개의 유통 센터의 배송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SPB는 “코로나19 확진자 급증과 직원 부족으로 배송 혼잡이 발생했다”면서 “야간 배송 등 근무 시간을 연정하고 새로운 직원을 구하기 위해 특별팀을 구성하는 등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 급증으로 병원이나 약국을 찾는 이들은 크게 늘었으나 인력 부족은 의료진도 마찬가지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의료진 다수가 감염됐으나 지속적인 병원 운영을 위해 확진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확진임을 보고했음에도 근무를 이어가는 의료진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전염병 전문가인 푸단대 부속병원 장원홍 주임은 “방역 완화 이후 대규모 감염에 의료 종사자들 또한 대규모 감염이 될 것”이라면서 “당분간 의료 자원에 대한 부담과 부족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에반스-프리차드 중국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안정적인 ‘위드 코로나’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소비자 활동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3~6개월이 걸릴 것”이라면서 “‘위드 코로나’ 전환이 중기적으로 대부분 산업에 도움이 되겠으나 향후 몇 개월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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