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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국회의 순항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한둘이 아니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최순실 씨 비선실세 의혹에 송민순 회고록 파문의 여파가 겹쳤기 때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역시 꺼지지 않는 화약고다. 이 때문에 여야가 예산정국에서 창과 방패의 극한 대치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與 “정치쟁점으로 예산안 무산 안돼” vs 野 “최순실 관련 예산 전액 삭감”
여야는 예산정국 초입부터 팽팽한 기싸움이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을 둘러싼 시각이 근본적으로 엇갈리기 때문.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를 통한 예산안 처리를 강조하면서 야당의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최순실 비선실세’ 관련 예산의 전액 삭감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치쟁점 사항과 예산안 처리의 분리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23일 “예산심사는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국회의 책무”라면서 “예산과 관련되지 않는 정치쟁점 사항으로 여야합의가 무산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야당이 특정 현안을 요구하며 조건부 합의를 시도한다면 이는 국민이 낸 세금을 가지고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면서 “경제활성화를 비롯한 청년실업과 일자리 문제,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여야 협치의 정신을 살려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일자리와 민생을 강조하면서도 비선실세 예산에는 칼질을 예고했다.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심의’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각오는 첫째도 둘째도 민생”이라면서 △일자리 예산 우선 확보 △비선실세 예산 전액 삭감 △보육교육예산 안정적 확보 △홍보낭비성 예산 삭감 △법인세율 인상 △국민과 함께하는 예산심사 등 6대 원칙을 제시했다. 특히 비선실세 의혹과 관련해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1278억원) △K밀 사업(154억원) △개도국 개발협력사업(185억원) 등의 분야는 현미경 심사를 통한 전액 삭감을 공언했다.
◇여야, 최순실·송민순 난타전 여전…법인세 인상·누리과정 예산도 변수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 및 송민순 회고록 파문을 둘러싼 여야의 난타전은 예산국회에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정권재창출과 정권교체를 각각 희망하는 여야의 유불 리가 예산국회의 성적표에 따라 엇갈리기 때문이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오는 12월 2일까지 40일간의 혈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야의 총성없는 예산전쟁은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 연설을 기점을 본격화한다. 이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공청회와 종합정책질의에 이어 예결특위를 포함한 18개 상임위 모두 소관부처의 예산안 심사에 착수한다. 야권은 국감 때와 마찬가지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최순실 게이트’로 규정하고 총력전에 나설 태세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최순실·우병우 공세에 맞서 송민순 회고록으로 정국 반전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예결위, 기획재정위,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등을 중심으로 한 치 양보없는 여야의 난타전은 예산국회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예산국회 최대 쟁점인 법인세 인상과 누리과정 예산 논란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야당은 법인세 인상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 절대 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최대 변수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의중이다. 정세균 의장은 “예산 부수법안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이 아니라 상임위 합의처리가 정상”이라고 강조했지만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직권상정에 나설 수 있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또 여야 입장차가 극명한 누리과정 예산 역시 위태로운 화약고다. 야당은 부족한 재원에 대한 중앙정부 책임론을 강조하지만 새누리당은 추가적인 국고지원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
아울러 여야의 갈등이 지속되면 내년도 예산안은 법정처리시한을 넘길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과반이었던 19대 국회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의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으로 예산안이 법정시한 내 처리됐다. 다만 20대 국회에서는 여소야대로 정치적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원안이 부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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