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물가 통제는 단기처방...금리 등 보완책 필요"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미영 기자I 2026.04.24 06:00:05

4차 석유 최고가격, 3차에 이어 동결 결정
재정 쏟고, 공정위·국세청 등 행정력 동원해 가격통제
업계 “정권 눈치에 억지 춘향…언젠간 가격 튄다”
전문가 “가격통제는 단기처방…금리인상도 검토해야”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하상렬 기자] 정부가 24일 0시 시행되는 4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9일 3차에 이어 2회 연속 동결이다. 이에 따라 향후 2주간 석유류 도매가격은ℓ당 보통휘발유 1934원, 자동차용 경유 1923원, 실내등유 1530원이 유지된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며 이처럼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품목별로 가격을 억누르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통하지 않으리라는 걱정이다.

◇ 특별관리 품목, 가격상승폭 제한

현재 정부는 재정과 행정력을 동원해 물가상승을 막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5조원을 편성해 운영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가 대표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을 누르는 주효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고가격제가 3월 소비자물가를 최대 0.8%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석유최고가격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최고 3.0%까지 이르렀을 3월 물가상승률이 2.2%에 그쳤다는 얘기다.

석유류가 포함된 ‘민생물가 특별관리 품목’ 43개는 행정력을 투입해 집중 관리 중이다. 산업통상부의 주유소 합동점검, 국세청의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조사, 교육부의 학원특별점검 등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가격상승 요인을 제거하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직격탄을 맞은 계란, 닭고기 등 일부를 제외한 품목들은 가격이 보합세를 유지 중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데이터처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데이터처가 특별관리 품목 중 일일가격동향을 조사하는 공산품·가공식품·외식류 20개 품목 가운데 세탁·부엌용세제, 가정용비닐용품, 두루마리화장지, 자장면 등 5개 품목만 최근 한 달 가격이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관련 업계는 일단 숨을 죽이고 정부정책에 호응하는 모양새지만, 물밑에서는 누적된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 따른 불만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권력기관들이 계속해서 조사·수사를 들어오면 가격을 동결하거나 낮추란 강력한 시그널이니 ‘억지 춘향’이 될 수밖에 없다”며 “당장은 정부 눈치를 보느라 마진율 하락을 감수하고 있지만 결국은 시간의 문제로 지금 못 올린 만큼 언젠가는 가격이 튀어 오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 “물가 오를 요인, 차고 넘쳐…언제까지 누르나”

전문가들도 정부 가격통제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추경 등 정부의 확장재정으로 유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공급망 불안 등 물가 상승의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억누르고 있던 압력이 어느 순간 터져 나오는 ‘스프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물가가 올라갈 요인은 차고 넘친다”며 “정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위적으로 물가를 누르고 있지만 선거 후 관리·감독이 소홀해지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이명박정부에서 운영한 ‘MB물가지수’ 52개 품목 중 32개 품목의 가격이 정권 말 전체 평균 물가상승률을 웃돌았던 전례를 언급하며 “정부의 물가관리정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단기처방’ 격인 가격통제가 오래 지속될수록 시장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어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은 중동전쟁과 같은 커다란 파고가 닥쳤을 때 국민의 충격을 완충해주는 방파제만큼만 운용하면 된다”며 “정부가 현재 쓰고 있는 가격상승 억제책은 지속가능성이 낮아 금리인상 등의 카드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