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석유↑…트럼프, 베네수엘라 ‘反마두로’ 정책 바꾸나

김윤지 기자I 2024.11.29 10:52:09

WSJ “석유 재벌 등 트럼프에 ‘실리’ 촉구”
“마두로와 협상 통해 실리 추구해야”
루비오·월츠 등 강경파 인선에 ‘글쎄’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상대로 미 에너지 기업과 채권 투자자들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사진=로이터)
WSJ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근으로 알려진 공화당 지지자이자 석유 재벌인 해리 사전트 3세 등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마두로 정권을 인정하는 대신 ‘불법 이민자는 줄이고 더 많은 석유를 제공하는 협상을 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마두로 정권과 협상을 타결하면 불법 이민자는 줄어들고 미국 에너지 가격은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 7월 베네수엘라 대선에 대한 개표 불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야당 후보를 당선자로 인정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실용적인 접근’을 강조하는 로비스트들은 과거 미국 정부가 추진했던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회복은 당분간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오일 터미널즈’의 사장인 해리 사전트 4세는 “약 55마일 길이의 도로를 포장하기 위해 4만3000배럴의 아스팔트가 필요하다면 질 좋고 가격도 저렴한 베네수엘라산을 수입하는 것이 미국 납세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제재 하에선 베네수엘라산 석유가 할인된 가격으로 중국으로 흘러가 중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최근 TV 연설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그와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시작”이라면서 “윈-윈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차기 미 정부의 정책 과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마두로 정권의 경제 실패, 부정부패, 인권 침해 등으로 인해 약 800만명의 이민자가 발생했으며, 이중 약 70만명이 현재 미국에 있다고 WSJ는 짚었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미국과 멕시코의 불법 이민자 추방 항공편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보다 완화해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을 늘린다면 베네수엘라 또한 추방 항공편을 수용해 불법 이민자 추방이라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마두로 정권은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일부 경제학자들과 전직 외교관들은 마두로 정권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를 실패한 전략으로 판단했다. 마두로 정권을 무너뜨리기는커녕 오히려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 경제가 붕괴돼 주변국으로 향하는 불법 이민자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토머스 섀넌 전 미 외교관은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다 더 많은 사람들을 빈곤하게 만들었으며 수백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의 이주를 가속화시켰다“면서 ”이제는 이러한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을 차기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는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정책 전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WSJ는 짚었다. 루비오 의원은 독재 정권에 대한 강력한 국제 제재를 지지하는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밖에도 트럼프의 정권 인수팀에는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마두로 정권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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