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15만원선, 4명 기준 60만원꼴 "왜이리 비싸"
송로버섯, 제비집 등 흔하지 않은 재료 사용
호텔 측 "반나절 꼬박 우려내고 정성 담았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 주말 공짜 숙박권이 생겨 호텔을 찾았다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1인당 보양식 가격이 15만원이라니. 건강식 최고 재료를 넣었다지만 4식구 한끼 식사 값이 60만원이 넘는 셈인데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어요. 배보다 배꼽이 큰 꼴인 거죠.”
냉면 한 그릇에 4만5000원, 불도장 15만원 선. 일반 식당에서 파는 1만2000원짜리 삼계탕과 비교하면 10배 정도가 비싼 셈이다. 올 여름철 서울 시내 주요 특급호텔에서 팔리고 있는 ‘보양식’ 얘기다. 흔히 맛볼 수 있는 보양식이 아닌 특별한 재료와 호텔 셰프의 노하우로 직접 조리했다고 하지만 너무 과하다는 게 고객들의 반응이다.
| 15만원짜리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 내놓은 불도장 보양식 ‘단왕예’와 ‘단귀비’. 이 요리는 돼지고기, 닭고기, 닭뼈, 양파, 대파 등 각종 채소를 넣어 6시간 동안 우려낸 육수에 보양 재료를 넣어 2시간 푹 끓였다. 중국 황제와 황비가 즐겼던 보양식으로 알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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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호텔들이 여름철을 공략해 내놓은 보양식 값은 최고 15만원 선으로 일반 시중 전문식당에서 판매하는 1만2000~3만원짜리 보양식과 비교해도 대략 5~10배 정도 차이가 났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보양식이 서울 시내 주요 특급호텔 가운데 비싼 편에 속했다. 전복, 해삼, 인삼 등을 이용한 불도장을 성별에 맞게 요리해 남녀 각각 15만5100원, 14만5200원에 선보였다. 이 요리는 단품으로 호텔 뷔페가 5만~10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훨씬 더 비싸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 황제에게 바치던 최상급 요리로 일반 레스토랑에서 찾아보기 힘든 귀한 보양 재료를 이용했다는 게 호텔 측의 설명이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관계자는 “원기 회복을 돕는 쇠우랑을 사용해 다섯 시간 동안 푹 쪄냈을 뿐 아니라 성별에 맞는 주재료를 사용하는가 하면 특별히 제작된 전용 그릇에 담겨졌다”며 “1인 기준으로 나왔지만 2인 정도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의 중식당 천산은 ‘대한민국에 단 하나뿐인 이색 보양식’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이 호텔은 희소성이라는 차별화 공략을 내세워 제철 우럭으로 맛을 낸 ‘모둠버섯 백우렁농탕’을 12만원에 내놓았다.
4만5000원짜리 호텔 냉면도 나왔다. 하얏트 리젠시 제주는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제주녹차 냉면세트’를 7월12일부터 8월25일까지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이 호텔 관계자는 “제주산 녹차를 넣은 반죽과 호텔에서 직접 뽑아 만든 면발, 제주산 전복과 신선한 회를 고명으로 얹어 일반 냉면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호텔 서울 중식당도 인삼과 전복, 오골계, 은행, 표고버섯 등 원기 회복에 좋은 재료들을 모아 장생홍삼 불도장을 12만1000원에 내놨다.
호텔을 자주 찾는 한 고객은 “단순히 ‘삼계탕’ ‘전복죽’을 넘어서 호텔 특유의 개성을 살린 음식들이란 점에서 가격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면서도 “한철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먹는 단품 요리가 15만원을 훌쩍 넘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롯데호텔서울 불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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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의 ‘모둠버섯 백우렁농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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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의 민어전복매운탕. 이 호텔은 여름철을 겨냥해 총 5가지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가격은 3만5000원부터 6만500원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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