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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피플)②10兆를 굴린 `큰손` 황보영옥 상무

이학선 기자I 2010.03.18 14:22:00

황보영옥 한국투자증권 상무 인터뷰
"금리인상 대비 비상대책 마련"
"장기물 국고채서 기회 생길수도"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이 기사는 18일 오후 1시52분 실시간 금융경제 터미널 `이데일리 마켓포인트`와 유료뉴스인 `마켓프리미엄`에 출고된 것입니다.> 
 
-현재 전체적인 운용규모는 얼마나 되나.

▲환매조건부증권(RP) 운용규모가 4조5000억원, 자기자본투자(프랍)가 5000억원~1조원 수준이다. RP에선 국공채와 AA급 이상 회사채를 담는다.

-RP에 회사채를 편입하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데.

▲그럴수도 있다. 실제 증권사 RP계정 가운데 회사채를 편입하는 곳은 많지 않다. 대신 우리는 리스크관리 부서에서 선별한 회사채 가운데 또다시 본부내 자체적인 선별과정을 거쳐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고르고 골라 위험을 낮추고 수익은 높이는 전략이다.
 
-수익은 괜찮았는지.

▲밝혀도 되는가 모르겠다. 작년 채권운용으로 400억~500억원 정도의 수익을 거뒀다. 듀레이션 대응을 잘했던 것이 컸다. 은행채 스프레드가 축소되기 직전 초단기 국책은행채를 1년물로 교체했고, RP계정도 0.3년까지 줄였던 듀레이션을 최근 0.6년까지 확대했다. 크레딧 스프레드뿐 아니라 금리 자체도 크게 하락해 괜찮은 수익이 났다.

-아무래도 금리인상 가능성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지금 당장이야 금리동결 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한은 내부에선 지금과 같은 저금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금리인상시 어떤 대응전략이 있나.
 
▲나 역시 지금과 같은 한은의 정책기조가 계속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 하반기에는 금리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간 금리인상이 지연되면서 단기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에 막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장에 충격이 있을 것이다.
 
이를 대비해 비상대책(컨틴전시 플랜)을 짜뒀다. 예를 들어 0.50%포인트, 1.00%포인트 인상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을 가정해 전략을 짜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장단기채권 교체, 국채선물이나 이자율스왑(IRS) 운용 등을 생각해볼 수 있고, 경우에 따라 RP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금리인상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단기금리는 오르지만 장기금리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들은 예대율 규제로 대출 대신 유가증권으로 자금을 굴리고 있다. 또 시장성 수신 제한 등으로 인해 은행채 발행은 공백상태다. 단기물이 오르더라도 장기물은 수급상 크게 오르기 힘든 구조다. 펀더멘털을 보더라도 경기회복 둔화 가능성 등으로 장기금리는 하락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을 고려해 하반기에는 장기물 국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고채전문딜러(PD) 간사를 맡고 있는데, PD업무를 해보니 어떤가.

▲정부가 PD제도를 바꿀 때 저항이 많았다. 입찰제도를 바꾸고 장내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건데 지금 돌이켜보면 (정부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는 국채에 대한 신뢰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 반대로 국채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전적으로 기획재정부 업적이다. 특히 당시 국고국장이었던 최규연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고생을 많이 했다. PD들도 이젠 할만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최선을 다해 현재하고 있는 우수 PD사의 자격도 유지할 계획이다.

-개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자. 채권시장에 몸담으면서 마음에 새긴 운용철학이 있다면 말해달라.

▲중기추세를 놓치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루 오르내림을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나. 장기전망은 다들 있겠지만, 증권사는 연기금이 아니다. 1~3개월 추세만 놓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다. 펀더멘털, 수급, 시중자금 이동 등을 파악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고 듀레이션을 어떻게 가져갈지를 생각해두는 게 중요하다. 단기매매는 직원들 몫이다. 내 역할은 중기추세를 제대로 보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2008년말 리먼사태로 금융위기가 찾아왔을 땐 어땠나.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 소주 한잔씩 하며 `우리 사표 써야하는것 아니냐`고 고민했었다.(웃음) 다들 불가항력적이었지만, 다행히 무사히 위기를 수습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땐 어려웠다.

-보통 몇시에 출근하나.

▲일산이 집이다. 회사 도착하면 대략 7시20분 정도다. 가장 먼저 미국시장 움직임을 체크한다. 8시20분부터 운용부 회의를 열어 전일의 주식, 채권, 외환시장 동향과 미국, 유럽시장 움직임 등을 확인하고 각자의 포지션 상황과 운용전략 등을 공유한다.

-주량은 얼마나.

▲직원들과 회식 때 폭탄을 돌릴 정도는 된다.(웃음) 소주 1병 정도 마시는 것 같다.

황보 상무에게 그의 이름 때문에 여성으로 오해받은 일이 있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종종 오해받는 일이 있다는 대답으로 들렸다. 여성스러운 이름과 달리 그는 다부진 체격을 지녔다. 군생활도 해군 장교로 했다. 인품 좋은 구멍가게 사장님 같기도 했고, 이런 사람이라야 매니저를 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강단과 패기도 느껴졌다.

-끝으로 채권시장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게 있다면 말해달라.

▲단기물 헤지수단이 마련됐으면 한다. 증권사 RP잔고가 대략 47조원 정도다. 예전엔 주식시장 움직임이 증권사 수익을 좌우했지만, 지금은 RP시장이 커지면서 채권쪽이 수익을 좌우한다. 그런데 2년물 이하 단기물이 대부분인 RP계정은 헤지수단이 없다. 부분적으로 국채선물이나 이자율스왑(IRS)를 활용하지만, 제한적일수밖에 없다. 길게보면 채권시장 선진화 차원, 짧게는 하반기 금리인상에 대한 대응책 등을 생각해볼 때 (단기물 헤지수단은)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을 것이다.

◇ 황보영옥 한국투자증권 채권운용담당 상무 프로필

-1982.2 진해고 졸업
-1986.2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86.7 해군장교(중위) 전역
-1989.8 한국투자신탁 입사
-1996.1 한국투자신탁 채권운용부 채권형펀드매니저 (운용규모 10조원)
-2000.6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1팀장 (운용규모 10조원)
-2002.1 동원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팀장 (운용규모 2조원)
-2005.7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1팀장 (운용규모 2조원)
-2006.4 한국투자증권 채권운용부장 (운용규모 4조원)
-2008.4 한국투자증권 프로젝트금용본부 채권운용담당(상무보)
-2009.3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 채권운용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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