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무대 데뷔한 尹, 시진핑 방한 제안…한·중관계 시험대 올라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국들과의 외교무대에 데뷔했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기조를 내비친 가운데 중국과도 관계 재정립을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국 경축사절단 단장으로 한국을 방문한 왕치산 국가 부주석은 윤 대통령에게 시진핑 주석의 중국 초청 의사를 전달했지만, 윤 대통령은 사의를 표하며 역으로 시 주석의 방한을 역제안하며 새로운 한·중 관계 재정립에 시동을 걸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식 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 5층 접견실에서 왕 부주석을 포함한 경축사절단을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왕 부주석의 방문에 대해 “한중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의 뜻을 잘 알겠다”고 평가했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의 친절한 인사와 훌륭한 축언을 먼저 전하겠다”며 “시 주석은 특별히 저를 보고 시 주석을 대표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귀국이 대통령의 리더십 하에 발전하고,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기를 축원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 주석께서는 대통령이 (한중) 양측이 편리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하고 초청한다”며 시 주석의 방중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왕치산 부주석이 시 주석의 방중 초청 의사를 밝힌 데는 윤석열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미 간 밀착 행보가 가속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중 2차례 방중한 만큼 외교 관례상 시 주석이 답방할 차례라는 지적도 있어 방중 초청은 논란의 여지도 있다.

왕 부주석은 이날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5가지 건의사항도 전했다.

주요 내용은 △전략적 소통 강화 △실질적 협력 심화 △국민우호 증진 △밀접한 다자조율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협력 강화다.

하지만 외국 정상이 취임한 날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도 외교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중국 측 경축사절단과의 접견을 마치며 “중국 측의 방중 초청에 사의를 표하고, 시 주석의 방한을 고대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2014년 7월 이후 한국을 찾지 않고 있는 시 주석이 방한할 차례라는 것이다.

현재 시 주석은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에는 외국 정상과 만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변이 재유행으로 상하이 봉쇄, 항저우 아시안게임 연기 등 국내 정세가 아직 안정되지 못한 것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윤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한·중 모두 정상 간 회담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여건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한·중 간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과 11일 이틀 연속으로 13차례의 외교사절 접견 및 정상환담으로 사실상 취임외교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