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9월17일 07시5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아일리아를 반복 주사하지 않고, 눈이 직접 만들게 한다.” 아이진(185490)이 황반변성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핵심은 아일리아를 계속 눈에 주사하는 대신, 눈 속에서 아일리아 성분이 직접 만들어지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혈관을 튼튼하게 유지하는 단백질(COMP-Ang1)까지 함께 만들도록 해, 비정상적인 혈관이 자라는 것을 막고 이미 있는 혈관이 새는 것도 줄이는 효과를 동시에 노렸다.
습성 황반변성 환자가 아일리아를 맞을 경우 통상 초기 3개월은 매달 한 번, 이후에는 약 2개월마다 투여한다. 표준 투여 일정대로라면 첫해에만 약 8차례 주사를 맞게 된다. 특히 팔에 맞는 주사가 아니라 주삿바늘을 안구를 통해 유리체 안으로 직접 넣는 ‘유리체내 주사’여서, 장기간 반복 투여에 따른 환자 부담이 크다.
아이진 연구진이 지난달 1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즈’(Advanced Healthcare Materials)에 발표한 논문을 분석한 결과, 아이진 후보물질은 세포시험과 3차원 혈관모델에서 애플리버셉트 단독보다 강한 혈관신생 및 혈관 누출 억제 효과를 보였다. 동물실험에서는 고용량 투여군의 비정상 신생혈관 억제 효과가 아일리아와 유사한 수준까지 나타났다.
|
14일 이데일리는 아이진 연구진이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즈’ 발표한 논문을 토대로 AAV 기반 황반변성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의 작용기전과 전임상 성능을 심층 분석했다.
“눈 안에서 아일리아를 계속 만들게 하자”
이번 논문의 핵심은 황반변성 환자가 아일리아를 계속 눈에 주사받는 대신, 눈 안에서 아일리아 성분이 직접 만들어지게 하자는 연구다.
현재 습성 황반변성 환자는 눈 속에서 비정상적인 혈관이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아일리아 같은 항-VEGF 치료제를 반복해서 맞는다. 하지만 약효가 일정 기간 지나면 떨어지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유지하려면 다시 주사를 맞아야 한다.
아이진은 이 문제를 유전자치료 방식으로 풀려고 했다.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에 아일리아의 유효성분인 애플리버셉트를 만드는 유전자를 실어 눈 속 세포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AAV는 치료에 필요한 유전자를 세포까지 실어 나르는 ‘운반체’라고 보면 된다.
눈 속 세포가 이 유전자를 받아들이면 애플리버셉트를 직접 만들어낸다. 쉽게 말해 아일리아를 밖에서 계속 주입하는 대신, 눈 안에 ‘아일리아 생산 공장’을 만들어주는 개념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 같은 방식은 반복적인 약물 주사의 부담을 줄이면서 장기간 치료 효과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
실제 생쥐 실험에서는 후보물질을 눈에 한 차례 투여한 뒤 4주가 지난 시점에도 애플리버셉트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한 번 전달한 유전자가 일정 기간 치료 단백질을 계속 생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아일리아에 ‘혈관 안정화’ 기능까지 더했다
아이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애플리버셉트만 만들어지도록 한 것이 아니라 혈관을 안정시키는 단백질(COMP-Ang1)도 함께 발현하도록 설계했다.
두 단백질의 역할은 서로 다르다.
애플리버셉트는 VEGF를 차단해 비정상적인 새 혈관이 자라는 것을 막는다. 반면 COMP-Ang1은 혈관세포의 Tie2 신호를 활성화해 혈관벽을 안정시키고 혈액이나 체액이 새는 것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면 하나는 ‘나쁜 혈관이 생기는 것을 막고’, 다른 하나는 ‘기존 혈관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애플리버셉트와 COMP-Ang1을 동시에 발현시키는 전략이 각각의 단독요법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고 상호보완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
실험 결과에선 작용 기전이 그대로 나타났다.
후보물질은 VEGF가 보내는 혈관 생성 신호를 억제하는 동시에 혈관을 안정시키는 Tie2 신호를 활성화했다. 또 혈관세포 사이를 단단하게 연결하는 VE-카드헤린(VE-cadherin)도 회복시켰다.
혈관이 얼마나 잘 새는지를 보는 실험에서는 VEGF로 인해 약 2.4배까지 높아졌던 혈관 투과성이 후보물질 처리 후 1.1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애플리버셉트 단독은 1.6배, COMP-Ang1 단독은 1.7배였다.
즉 아이진 후보물질은 비정상적인 혈관 생성을 막으면서 기존 혈관까지 안정시키는 두 가지 기능을 한 번에 구현했다.
아일리아보다 강한 억제…바비스모와 맞먹는 수준
연구진은 후보물질이 실제 혈관과 비슷한 환경에서도 효과를 내는지 확인하기 위해 3차원(3D) 혈관신생 칩을 이용했다. 세포를 평면에 키우는 일반적인 실험보다 혈관이 자라고 체액이 새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시험법이다.
결과는 뚜렷했다.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은 대조군을 1로 봤을 때 아이진 후보물질을 처리한 혈관 면적은 0.2배, 평균 혈관 길이는 0.4배까지 줄었다. 반면 애플리버셉트 단독과 시판 아일리아를 처리했을 때 혈관 면적은 각각 0.8배, 혈관 길이는 0.6배 수준이었다. 이 실험에서는 아이진 후보물질이 아일리아보다 비정상적인 혈관 성장을 더 강하게 억제한 것이다.
혈관에서 체액이 얼마나 새는지를 보는 실험에서도 차이가 났다. 아이진 후보물질은 혈관 투과성을 대조군의 0.2배까지 낮췄다. 애플리버셉트와 COMP-Ang1 단독, 아일리아는 약 0.4배 수준이었다. 즉 혈관이 새는 현상도 후보물질을 함께 발현시켰을 때 가장 크게 줄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3D 혈관 환경에서 후보물질이 단독요법과 아일리아보다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혈관 생성 억제뿐 아니라 혈관 장벽을 안정시키는 효과까지 함께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황반변성 치료제인 바비스모(성분명 파리시맙)와의 비교도 이뤄졌다. 연구진은 질환이 심해진 상황을 흉내 내기 위해 VEGF와 Ang2가 동시에 높아진 조건을 만든 뒤 두 치료법이 혈관 누출을 얼마나 막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아이진 후보물질의 혈관 누출 억제 효과는 바비스모와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후보물질의 혈관 장벽 보호 효과가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인 바비스모와 맞먹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3D 혈관모델에서 확인된 효과는 동물실험에서도 이어졌다. 연구진은 성체 랫드의 눈에 레이저로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을 만든 뒤 후보물질을 투여했다. 습성 황반변성에서 나타나는 병적인 혈관 생성을 흉내 낸 모델이다.
6주 뒤 확인한 결과, 비정상적인 신생혈관 면적은 저용량 투여군에서 대조군의 0.57배, 고용량 투여군에서는 0.47배까지 줄었다. 투여량이 많을수록 신생혈관이 더 많이 줄었고, 고용량군의 억제 효과는 아일리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안전성도 우수했다. 연구진은 시험에 사용한 조건에서 뚜렷한 세포독성을 확인하지 못했고, 동물실험 기간에도 뚜렷한 망막 독성이나 전신 이상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25조 시장 정조준…내년 1·2a상 임상 진입 예정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은 고령화와 환자 증가를 바탕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황반변성 환자는 2020년 약 1억9600만명에서 2040년 2억88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20년 사이 약 47% 증가하는 셈이다.
치료제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은 올해 약 125억달러(17조원)에서 2030년 179억달러(2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8.2%다.
특히, 아일리아와 바비스모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치료제에 등극한 상황이다.
리제네론에 따르면 지난해 아일리아의 글로벌 매출은 78억9100만달러에(10조6197억원) 달했다. 이 가운데 미국 매출이 43억8500만달러(5조9013억원)에 달했다. 로슈의 바비스모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바비스모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41억200만스위스프랑(6조738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미국에서만 28억5700만스위스프랑(4조692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이진은 이번 연구 성과를 토대로 AAV 기반 황반변성 치료제의 임상 진입 준비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회사는 현재 추가 동물실험과 임상시험 프로토콜 수립 작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오는 202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초기 임상은 안전성을 평가하는 1상과 초기 유효성을 탐색하는 2a상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초기 단계인 만큼 대규모 환자를 모집하기보다는 우선 안전성을 확인한 뒤 2a상 단계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환자 수와 임상시험기관, 투여 용량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아이진 관계자는 “2027년 중 임상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임상 1상과 2a상을 연계해 진행하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현재 동물실험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며 임상 프로토콜 수립을 위해 추가 시험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 임상에서는 우선 안전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 임상시험계획(IND) 신청할 계획으로, 구체적인 임상 규모와 세부 프로토콜 역시 이 시기 확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항-VEGF 치료제는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반복적인 안구 주사가 필요하다"며 "이에 따라 투여 횟수를 줄이면서 장기간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이 차세대 시장의 주요 경쟁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아이진은 한 번의 AAV 투여로 눈 안에서 치료 단백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을 통해 이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며 "큐라클의 MT-103이 바비스모보다 뛰어난 효능을 동물실험에서 보여주자, 곧장 기술수출이 이뤄졌다. 아이진도 임상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한다면 기술수출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