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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발자국 따라가니, 땅끝서 만난 명화 명소…영화 '호프' 무대된 해남 남창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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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기자I 2026.07.31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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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사·건강원 등 추억의 간판 눈길
마을 거닐다 보면 영화속 빠진 느낌
관광객으로 왔다 관객으로 돌아가

외계인 발자국 따라가니, 땅끝서 만난 명화 명소…영화 '호프' 무대된 해남 남창마을
[해남(전남)=글·사진 이데일리 김은아 기자] 해남군 북평면에 관광버스가 멈춰 섰다. 버스의 문이 열리고 발을 내딛으려는 차, 눈에 거대한 발자국이 들어온다. 길쭉한 발가락 네 개의 족적이 언뜻 공룡의 것 같기도 하지만, 주인공은 따로 있다. 영화 ‘호프’에 등장한 거구의 외계인 ‘바미기르’다. 발자국은 호포읍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이정표인 셈이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비무장지대 인근 마을에 불시착한 외계인과 주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는 재난물과 SF, 스릴러를 섞은 독특한 전개 덕에 ‘호불호 갈리는 영화’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러나 아무리 ‘불호’를 표한 이들이라도 오프닝 시퀀스만큼은 호평을 아끼지 않는다.

영문을 알 수 없이 쑥대밭이 된 마을. 건물은 부서져 거리에는 잔해가 널려 있고, 사람들은 끔찍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다. 범인을 추적하던 파출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마침내 마을을 초토화시킨 외계인과 마주치고, 순경 성애(정호연 분)와 경찰차로 숨막히는 추격전을 벌인다. 1970년대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세트 덕분에 관객들은 단숨에 호프 속 세계관에 빠져든다.
해남군은 북평면을 '호프 문화의 거리'로 조성했다.
해남군은 북평면을 '호프 문화의 거리'로 조성했다.
영화 속 호포읍의 무대가 된 곳이 바로 해남 북평면 남창마을이다. 호포읍 장면이 남다른 현실감을 띨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여기 있다. 새로 세트를 지은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배경으로 촬영한 덕분에 자연스러운 생활감이 묻어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촬영팀은 이곳에서 2023년 10월부터 3개월을 머물며 촬영을 진행했다. 해남군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북평면 일대를 ‘호프 영화의 거리’로 조성했다.
1970년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해남 북평면 남창마을
1970년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해남 북평면 남창마을
바미기르의 발자국을 따라 영화 속 흔적을 좇았다. 마을 초입에서 가장 먼저 방문객을 반기는 것은 경찰차다. 화려한 드리프트로 인상적인 추격신을 완성해낸 바로 그 차다. 1983년에 출시된 현대차의 세단 ‘스텔라’다. 배우가 운전했던 차량은 아니지만, 해남지역의 차 수집가가 같은 모델을 기증해 영화 속 차와 똑같이 도색했다. 차에 달린 ‘호포38905’ 번호판은 실제 촬영 소품이다.
외계인과 추격전을 벌이던 경찰차
외계인과 추격전을 벌이던 경찰차
남창마을은 느긋하게 시간이 흐르는 곳이다. 농약사, 장의사, 건강원 같은 정겨운 간판이 레트로한 느낌을 준다. 아마 이런 분위기가 1970년대 거리를 창조해야 하는 제작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듯싶다. 마을을 걷다 보면 눈에 익은 건물이 하나둘씩 등장한다. ‘금복정육점식당’이라는 부서진 간판을 달고 있는 건물도 그 중 하나다. 폐허가 된 건물에서 외계인을 추적하던 범석이 오발탄 사고를 낸 그 정육점이다. 입구는 트릭아트 그림으로 막혀 있지만, 건물은 영화 속 장면 그대로 허름하게 남아있다. 잠시나마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외계인 발자국 따라가니, 땅끝서 만난 명화 명소…영화 '호프' 무대된 해남 남창마을
영화 '호프' 속 남창마을. 황정민이 서있는 건물은 남창마을의 금복정육점식당이다(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호프' 속 남창마을. 황정민이 서있는 건물은 남창마을의 금복정육점식당이다(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카메라로 마을 이곳저곳을 찍고 있으니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가이드를 자처한다. 영화 촬영 당시의 이야기를 실감 나게 들려준다. “정말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다니까. 여기서 펑! 저기서 펑! 왠종일 터지는 소리 때문에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그래도 재미있는 구경은 실컷 했지.”

덕분에 거리를 완전히 1970년대로 변신시킬 수 있었던 방법도 알게 됐다. 건물 앞면에 나무나 슬레이트로 된 세트를 덧씌워서 섀시나 대리석처럼 현대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자재를 말끔히 지운 것이다. 미술팀이 일부러 난장판으로 만든 거리가 어찌나 리얼했던지, 생활 터전이 망가진 풍경에 마을 주민들이 울적할 정도였다고 했다. 때문에 사람들은 영화 촬영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거리를 복구했다. 생각보다 영화 촬영 현장이 보존된 곳이 많지 않은 이유였다.
영화 촬영 당시의 남창마을(사진=남창마을 주민)
영화 촬영 당시의 남창마을(사진=남창마을 주민)
영화 촬영 당시의 남창마을(사진=남창마을 주민)
영화 촬영 당시의 남창마을(사진=남창마을 주민)
영화팬들이 아쉬움을 달랠만한 곳도 있다. 해남군이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면서 새로 마련한 ‘호프 파출소’다. 영화 속 파출소 분위기를 재현해 둔 곳으로, 낙연(이상희 분)이 누워 소주를 마시던 소파와 호포읍 지도 등 실제 촬영 소품이 전시되어 있다. 주연 배우들의 핸드프린팅도 만날 수 있다.

바미기르의 발자국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곳곳에서 ‘호프’와의 인연을 발견하게 된다. 촬영지가 모여 있는 시네마 체험존 거리의 진미식육식당, 장터국밥은 배우들이 즐겨 찾은 맛집으로, 사인도 걸려있다. 골목골목에는 영화 속 장면을 옮겨놓은 벽화를 찾을 수 있다. 남창마을은 벽화 속 야단스러운 소동이 벌어진 곳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소박한 분위기다. 외계인의 침략을 받지 않은 평행우주 속 호포읍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상상해보며 걷는 것도 좋겠다. 영화의 팬이라면 분명 남다른 추억이 될 듯싶다.
영화 소품을 전시해둔 '호포파출소'
영화 소품을 전시해둔 '호포파출소'
영화 소품을 전시해둔 '호포파출소'
영화 소품을 전시해둔 '호포파출소'
지난 2월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는 영화가 흥행하자 촬영지인 영월로도 작품의 열풍이 이어졌다. 관객들이 ‘왕사남 성지순례’를 위해 영월을 찾으며 이전보다 관광객이 5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해남군도 코레일관광개발과 함께 ‘호프’ 시네마투어 상품을 내놨다. 호프 문화의 거리와 함께 땅끝 전망대, 우수영 관광지 등 해남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둘러보고 로컬 미식을 경험하는 투어다. 영화에 매료당해 ‘호프 순례’를 계획중인 관객이라면 눈여겨 볼만하다.
남창마을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호프' 벽화
남창마을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호프' 벽화
◇여행메모

코레일관광개발이 ‘HOPE’는 핑계GO! 오직 해남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시네마&별미 투어‘ 기차여행 상품을 선보인다. 영화’ 호프‘를 촬영한 해남 북평면 테마거리와 땅끝 랜드마크, 흑석산 치유의 숲, 우수영 관광지 등 해남의 주요 관광지를 하나의 코스로 엮은 테마여행 상품이다. 닭 코스요리, 애호박 고추장찌개 등 해남 지역의 대표 향토음식을 맛보는 미식 일정도 포함돼 있다. 8월 5일부터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주 4회(수·목·금·토), 주 2회(금·토) 출발한다. 가격은 3인 1실 기준 23만9000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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