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노사는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창구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는 점을 명분으로 들고 있다. 또 오전 9시 문을 열려면 직원들이 조기 출근해야 하는 만큼 근로자 업무 부담 축소 차원에서 영업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번 노사합의에 있어 은행 이용자인 고객의 편의는 전혀 고려하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년간 900개 줄이고 또 30분 단축...시중은행 점포 267개 공백 효과
영업시간 단축에 앞서 은행들은 영업점을 계속 줄여왔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영업점은 5505곳으로 2020년 말 6404곳보다 899곳(14%) 줄었다. 점포 축소는 여전히 창구가 편한 고령층과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고령층만 은행 창구를 찾는 것은 아니다. 대출 상담이나 상속·증여, 외환 등은 여전히 창구를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고 상담시간이 오래걸린다.
영업시간 30분 단축을 시행할 경우 줄어드는 대면서비스 총량을 따져봤다. 5대 시중은행의 전국 영업점수(3767곳)를 기준으로 30분씩 시간이 줄어들때 매일 1874시간의 대면 서비스 시간이 사라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영업점 1곳의 영업시간이 7시간이므로 공급량으로 따지면 267개의 영업점의 서비스 공급이 사라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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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은행에 소비자가 몰려도 불완전 판매 우려 때문에 업무 처리 속도를 무작정 높이기는 어렵다”며 “불만이 나올것을 알면서도 소비자들의 의견 수렴이나 창구 이용의 빈도·목적에 대한 조사없이 금융권의 결정에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의 태도가 아쉽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들이 대면서비스를 줄이기 전에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을 먼저 했어야 했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복리후생이 좋아지겠지만 나중에 점포 축소, 인력 감축을 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영업시간 늘린 탄력점포 1040개 어디있나 봤더니
은행들은 이같은 결정에 대한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업시간 단축은 시대적으로 돌이킬수 없는 결정이라면서 아직 시행까지 6개월이 남은 만큼 개별 은행별로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별로 저녁 시간까지 영업하거나 주말에도 문을 여는 탄력점포 운영을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 이라고 말했다.
탄력점포는 은행에서 영업점 축소에 대한 비판을 받을때마다 대안으로 꼽혔는데 이번 영업시간 단축 결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영업시간내 은행을 찾지 못했더라도 거점별 탄력점포를 통해 업무를 볼 수 있게 하겠다는 얘기다. KB국민은행의 여섯시은행(9To6 Bank), 신한은행의 ‘이브닝 플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17개 은행에서 1040개의 탄력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2020년 12월 말 870개에서 170개가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탄력점포 운영 형태로 분류되는 ‘고기능 무인 자동화기기’가 246개에서 430개로 184개나 급증하며 전체 탄력점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탄력점포 증가분보다 사람이 없는 무인기기 증가 폭이 더 컸던 셈이다. 결국 창구 감소에 따른 대면 수요를 흡수할 실질적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탄력점포는 △관공서 내 점포 442개 △외국인근로자 특화점포 49개 △상가·오피스 인근 점포 108개 △환전센터 11개로 운영되고 있었다. 관공서와 공항에 있는 점포, 그리고 무인 자동화기기를 제외하고 일반 국민이 은행 영업시간 외에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점포는 전체 탄력점포의 16%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게다가 유형별 취급 업무와 운영시간마저 제각각이어서 탄력점포의 단순 숫자만으로는 일반 영업점의 운영시간 단축을 얼마나 보완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권 노사의 결정이 지난달 말이고, 민감한 사안이라 소비자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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