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을 꼭 잡고 눈을 마주보며 물어보는 애정어린 질문에 진우가 미소를 머금은 채 답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아동복지시설 혜심원에서 진행된 ‘W아너소사이어티’ 봉사활동 현장. 오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설주의보가 발령되고 시간당 1~3cm의 눈이 내리는 혹독한 날씨에도 현장엔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제주, 부산, 충남, 인천,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14명 회원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아이에게 줄 선물을 손수 포장하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너소사이어티’는 1억 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 납부를 약정한 개인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으로, 지역 사회를 위한 나눔 활동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그 중 ‘W아너소사이어티’는 각 지역 여성 리더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나눔’을 통해 함께 연대하며 ‘더불어 사는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W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이 아동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총 리더를 맡은 송주온(송경애) BT&I 대표는 “많은 눈이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전국에서 많은 회원들이 참여했다”며 “오늘의 나눔이 아이들 인생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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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29년 설립된 혜심원(옛 평전애육원)에는 현재 가정해체, 빈곤, 사고, 기아 등의 이유로 가정양육이 어려운 어린이와 청소년 6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권필환 혜심원 원장은 “보육원이지만 일반 가정의 아이처럼 밝고 마음도 넉넉하게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늘 대문을 열어놓고 있는데 전국 어디에서든지 방문하신다면 반갑게 맞이하겠다”고 말했다.
혜심원에는 베이비박스에서 와서 자라온 아이들도 22명이 있다. 방애영 부원장은 “코로나로 인해 3년 동안 행사를 한 번도 하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방 부원장이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1위가 ‘제주도’였다”고 말하자 현장에서 바로 “몇 명 정도 이동을 원하시냐”는 통 큰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들과 만나기 전 리더들은 직접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포장했다. 이날 준비한 선물은 아이들이 가장 갖고 싶어 했다는 나이키 운동화 등 신발과 장난감, 간식이었다. 회원들은 신발 치수가 섞이지 않도록 포장지에 아이들의 이름을 쓰고 정성 어린 편지도 직접 적었다.
아침부터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김순희 오현개발 대표는 “손주 3명 등 3대가 같이 살고 있는데 우리 손주들에게도 이렇게 못 해줬다”며 “같이 늙어가는 세대라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많이 했었는데 커가는 아이들에게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남편과 아들, 본인까지 3명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라는 김동복 신기산업 대표(충남 리더)는 “아이들과 함께 뜻깊은 행사를 한다는 게 가슴 벅차고 찡하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처음엔 나이키 신발이나 핸드폰이 갖고 싶다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감사하다’는 말을 소망 편지에 더 많이 쓰더라”며 “아이들의 예쁜 마음에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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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30분이 되자 아이들이 하나둘씩 내려와 리더들의 옆자리에 자리 잡았다. 처음 아이들을 만난 리더들은 엄마의 마음으로, 따뜻한 할머니의 마음으로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한 아이가 60대인 송주온 대표에게 “30대로 보인다”고 첫인상을 말하자 “회원님이 선물을 받았다”며 현장에서 웃음이 터졌다.
서로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인사를 나눈 회원과 아이들은 이내 팀 이름을 정하고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졌다. 리더들은 옆에 앉은 아이에게 선물을 하나라도 더 주기 위해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따로 선물을 준비해온 회원도 여럿이었다. 부산에서 올라온 이정화 보명PNT 대표는 부산의 대표 음식인 어묵을 따로 가져와 전달했다. 경기도 리더인 유복순 시크리티스 대표는 공동생활을 하는 아이들을 위해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를 기부했다. 이정화 대표는 “서울의 보육시설은 처음 와봤는데 아이들의 얼굴이 너무나 천진난만하다”며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고 내가 오히려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송주온 대표는 “코로나 때문에 몇 년 동안 활동을 전혀 못 하다가 아이들을 만나게 돼서 더욱더 감회가 새로웠다”며 “이번 방문을 시작으로 앞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계속해서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사가 끝난 후 아이들은 양손 가득 선물을 받아들고 각자의 공간으로 이동했다. 선물이 떨어질까 봐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가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행사에 참여했던 김지수(가명) 양은 “선물도 받고 게임도 한다는 말에 오늘만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정환(가명) 군은 “빨리 가서 선물을 뜯어보고 싶다”며 “매년 와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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