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정부 지출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상병수당·영아수당 도입과 전국민 고용보험 추진 등으로 재정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정부의 고정 지출비 부담을 줄이고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정부는 내년 코로나19 이후로 본격 경제·사회 구조 전환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지난 26일 2022년도 예산안 편성지침 사전 브리핑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저탄소경제 이행이 본격화하고 산업·고용 구조가 급속히 변화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정상 성장궤도로 확실히 진입하도록 뒷받침하고 선도국가 도약을 위해 재정의 선도적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우선 전방위 경제 활력 제고를 내년도 주요 예산 투자처로 지목했다. 고용·내수를 플러스 전환하고 수출 확대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디지털·그린 분야에서 신규 일자리 창출과 신기술 직업 훈련을 실시하고 자영업자의 전직·재창업·스마트화를 지원한다. 서비스 중심 내수 촉진을 위해 스마트상점 등 소상공인 스마트·온라인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사회간접자본(SOC)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등 광역교통망을 구축하고 스마트시티 보급·확산을 지원한다. 한국판 뉴딜을 지역으로 확산하고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도 본격 진행할 예정이다.
미래 혁신투자에 대해서는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디지털 뉴딜 투자를 강호하고 2050 탄소중립 이행 기반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를 본격 시행한다.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과 공공데이터 개방·활용 등을 통해 전산업 데이터화를 추진하고 도로·철도 사물형인터넷(IoT), 스마트홍수관리 등 SOC 원격 제어 기반을 구축한다.
탄소중립 방안으로는 에너지 전환 등 혁신 기술 개발과 친환경차 보급을 집중 지원한다. 재원 조달을 위한 기후대응기금도 신설할 예정이다. 스마트공장·그린산업단지 등을 통해 제조현장의 디지털화·저탄소 전환을 도모한다.
|
소득·고용·교육안전망을 보강하는 등 민생과 포용 기반 확충과 국민 안전·삶의 질 제고에도 역점을 둔다.
우선 자녀·부모 등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몸이 아파 쉬어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한국형 상병수당을 시범 도입한다. 전국민 고용보험을 위해 예술인·특수고용직종사자(특고)·플랫폼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지원한다.
저출산 해결을 위한 5대 패키지 지원을 추진한다. 0~1세 대상으로 영아수당을 신설하고 첫만남 축하바우처(200만원)를 지급한다. 부부 공동 육아휴직시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보육과 다자녀가구 주거 안정을 지원한다.
새 현금성 지원 사업인 영아수당의 경우 현재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진행 중이다. 상반기 중 예타를 마치고 내년 예산에 소요를 반영할 계획이다. 상병수당도 제도설계에 대한 용역을 진행 중으로 용역 결과가 나오면 소요 금액 추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만큼 감염병 대응체계 고도화를 위해 방역 시스템을 보완하고 공공의료 필수인프라·인력 보강을 추진한다.
먹는물·미세먼지·폐기물 등 생활환경개선 3대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아동 및 노인학대·고독사·자살 등 3대 정신건강 위협요인에 대응한다. 디지털성범죄 근절에도 투자를 늘린다.
안보 위협 대응을 위해 핵심 무기체계를 자립화하고 군장병 교육·훈련프로그램 과학화 등우로 스마트 강군을 육성한다. 전략적 양자·다자 외교 협력을 강화하고 인도적 남북 교류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 공조에도 노력할 방침이다.
|
내년도 예산안은 경제 활력 제고와 포용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정부가 작년에 발표했던 2021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기재부는 지난해 2021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경제 역동성 회복과 혁신·포용 체감 성과를 확산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수출 활성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충이라는 목표 달성이 미뤄졌고 경제 충격이 취약계층에 더 크게 작용하면서 양극화는 더욱 벌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마이너스(-) 경제 성장에서 벗어나고 강력한 경기 반등을 위해서는 내년도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상병수당·영아수당 같은 새로운 복지성 사업들을 도입함에 따라 정부의 재정 지출 소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출 구조조정과 세입 기반 확충이 필수 사항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사업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미래 대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여전히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고용 유지·지원이나 소비쿠폰 같은 내수 회복 사업을 축소할 경우 고용 취약계층이나 소상공인 등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적정한 수준의 타협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입 기반을 확충해야 하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점은 부담이다. 안 실장은 “우리 경제는 코로나 위기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정상화 과정을 밟을 것”이라면서도 “수출 중심으로 회복이 빠르겠지만 내수나 고용 회복은 조금 더 더딜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분간 세수 증대 효과 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이에 정부도 고액·상습체납 등 징수 강화, 비과세 감면 정비 등으로 세입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어느 정도 코로나가 진정되면 내년은 본격 경기 반등을 노려야 할 시기로 ‘V자 반등’과 ‘K자 양극화’ 해소를 위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편성·집행할 때”라며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춰 인적자본 개발을 위한 SOC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등 전면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