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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국 요원들은 외교관이나 기업인으로 위장해 반도체와 송신기, 공작기계 등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제품을 사들이거나 빼낸 뒤 제3국을 거쳐 러시아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미사일과 드론의 약 90%가 일본산 부품으로 만들어졌다고 추산했다.
지난 5월 키이우의 주택을 타격해 최소 24명의 사망자를 낸 러시아 Kh-101 순항미사일에서도 일본산 유도 부품이 발견됐다고 우크라이나 측은 밝혔다.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기업 제품도 확인됐으나 이들 기업이 러시아에 직접 판매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도쿄 작전을 총괄하는 인물은 러시아 GRU 소속 장교 막심 블라디미로비치 필첸코프가 지목됐다. 서방 정보당국은 필첸코프가 러시아 국영 항공사 에어로플로트 직원으로 위장해 활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러시아가 드론전에 필요한 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2024년 2월 도쿄에 부임했다. 필첸코프는 일본에서 러시아로 화물을 보내는 물류업체들과 관계를 구축해 스리랑카와 우즈베키스탄 등 제3 국을 경유해 러시아로 화물을 운송해왔다.
선적 기록에 따르면 일본은 러시아가 찾는 민감한 이중용도 기술의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일본이 이중용도 기술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베트남인데, 베트남은 러시아에 해당 기술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로 나타났다. 제3국을 거친 재수출이 제재 회피의 핵심 통로가 된 것으로 해석된다.
NYT가 확인한 에어로플로트의 협력사 프로코에어의 3월 12일자 운송장에는 의료장비가 스리랑카를 거쳐 러시아 제약사 R-팜으로 보내진 것으로 기재됐다. R-팜은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창업자 알렉세이 레피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를 이유로 영국과 호주, 캐나다의 제재를 받고 있다. 프로코에어 측은 금지 품목을 운송하거나 제재 대상 인사를 의도적으로 도운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보기관 권한이 제한돼 해외 정보를 전담하는 독립 기관이 없다. 간첩 행위를 직접 처벌할 법률도 미비하다. 지난 1월 도쿄 경찰은 우크라이나인으로 위장해 일본 기업의 영업비밀을 빼내려 한 러시아 정보요원을 적발했지만, 해당 요원은 이미 출국한 뒤였다. 경찰은 관련 일본인 직원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포병전에서 드론전으로 양상이 바뀌면서 러시아는 기존 군사력에 새로운 기술이 필요했다”며 “일본의 방첩법이 허술했던데다 첨단 기술도 뛰어나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핵심 역할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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