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설집은 ‘중국식 룰렛’(2016) 이후 6년 만의 소설집이자, 장편 ‘빛의 과거’(2019) 이후 3년 만의 신작이다. 지난해 오영수문학상을 받은 표제작 ‘장미의 이름은 장미’를 포함해 총 네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2020년과 2021년에 문학잡지에 발표했던 작품으로 모두 미국 뉴욕 여행을 다뤘다는 점에서 ‘뉴욕 4부작’으로 묶인다.
|
작가는 ‘낯선 도시 뉴욕’이라는 배경을 노련하게 차용한다. ‘외국-여행자-타인’이라는 세 점을 교차하며 관계에 대한 탐구, 자신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창으로 확장한다. 작가가 뉴욕이라는 낯선 도시로 훌쩍 떠나 발견한 잔상들인 것이다.
오랜 친구 사이인 ‘민영’과 ‘승아’가 뉴욕에서 함께 보낸 나날을 그린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도 각자가 알지 못하는 서로의 사정과 그로 인한 오해를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두 인물이 함께 보낸 나날을 각각의 시점에서 팽팽하게 다루면서, 어떻게 관계의 균열을 만드는지 보여준다. 공항에서 만난 날부터 미묘하게 삐걱거리던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향해 이렇게 읊조리게 된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승아) “도대체 쟤는 왜 저러는 걸까.”(민영)
또 다른 두 편의 연작소설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과 ‘아가씨 유정도 하지’ 속 ‘나’도 다르지 않다.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에서 현주는 길고 짧게 네 번이나 뉴욕에 방문했지만, 여전히 이곳에서 이방인이다. 80대 어머니와 함께 문학 행사의 일환으로 뉴욕을 찾은 ‘아가씨 유정도 하지’의 주인공도 어머니와 함께해야 할 닷새간의 일정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타인’으로 감각되는 순간들을 작가 특유의 어법으로 형상화한다.
책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지난 2년 동안 쓰였다. 은희경은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들이 나의 편견과 조바심을 자백하는 반성문인 셈이자, 쓰는 자로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소설 속 인물들이 위축되고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스스로를 방치하지 않으며 타인에게 공감하려고 애쓰기를”, “고독 속에서 연대하기를” 바랐다고 적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