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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가 바로 보내드립니다”…주식리딩방 피해 급증

김기덕 기자I 2021.11.11 11:15:00

올 상반기 피해신청, 전년 보다 2배 이상↑
1인당 피해금액 512만…중도해지 등 어려워
서울시, 유사투자자문서비업자 현장 감독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지난 해 9월 50대인 이금석(가명)씨는 B사의 유사투자자문서비스를 1년간 이용하기로 하고 이용료 1350만원을 현금으로 결제했다. 그러던 중 올해 3월 께 B사 담당자가 유망 종목이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이 씨가 망설이자 해당 담당자는 바로 상한가를 갈 수 있는 종목이니 투자 원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입금을 줄기차게 권유했다. 결국 이 씨는 직원 권유대로 5600만원을 입금했지만 확인해 보니 설명과는 다른 종목이었고, 오히려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가 제대로 된 정보제공을 요구했더니 기다리라는 답변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서울시와 한국소비자원은 속칭 ‘주식리딩방’이라 불리는 유사투자자문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피해예방주의보를 공동으로 발령하고, 관련 사업자에 대한 감독과 점검을 실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유사투자자문서비스는 휴대전화,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대가를 받고 주식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문제는 현재 유사투자자문업은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어 사실상 진입요건이 없는데다 세법상 개인사업자도 운영할 수 있어 사업자 수는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올해 10월 1일까지 신고된 사업자 수는 1869개로 2015년 959개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유사투자자문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소비자원에 접수된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2832건으로 전년 동기(1306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시민의 경우 피해구제 신청은 같은 기간 269건에서 606건으로 2.3배나 증가했다.

피해유형별 현황.
시가 올해 상반기 소비자원에 접수된 서울시민의 유사투자자문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 606건을 분석한 결과, 전화권유(70.3%·426건)나 통신판매(22.3%·135건) 등 주로 비대면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됐다. 또 계약해지 요청 시 ‘환급을 거부 또는 지연’하거나(73.1%, 443건), ‘위약금을 과다 청구’(20.8%, 126건) 등 계약해지 관련 분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피해가 많은 연령대는 50대였다. 특히 노인층인 70대 이상 피해도 급증하는 추세다. 피해 소비자 연령대 확인이 가능한 599건을 분석한 결과, 10명 중 3명 꼴인 29.7%(178건)가 50대였다. 이어 40대(19.4%·116건), 60대(18.3%·110건)가 뒤를 이었다. 특히 70대 이상 피해(74건)가 전년 동기(19건) 대비 4배 가까이 급증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시기 투자손실은 노후 생활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지역에서 피해를 입은 계약금액 확인 결과 총 피해액은 24억 2300만원, 1인당으로 환산하면 약 512만원이다. 이는 일반가계 월평균 지출액 평균인 330만원(2021년 상반기)보다 약 1.5배 많은 금액이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시는 이런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연말까지 시 소재 유사투자자문업자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점검 및 현장감독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장점검은 점검대상사업자 중 민원 다발 사업자에 대해 집중해 실시한다. 시는 신고사항준수 여부를 비롯해 약관 상 청약철회 및 계약해지 규정 준수여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소비자가 유사투자자문서비스 관련 피해예방을 위해서는 △고수익 제시에 충동적 계약 금지 △가입 전 중도해지 환급기준 등 계약서 내용 확인 △계약 후 업체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맹신하지 말 것 △계약해지 사유가 발생할 경우 즉시 해지 요청 및 녹취 등 증빙자료로 분쟁 대비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시는 강조했다.

한영희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최근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 급증으로 유사투자자문 피해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라며 “피해 예방을 위해 소비자는 계약 전 관련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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