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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예정된 기자회견 앞서 유가족들은 오전 8시 박 구청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박 구청장이 이미 출근했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접 청사 내로 진입한 유족들은 구청장실 앞을 점거하고 문을 두들기며 보안 직원들과 승강이를 벌였다. 끝내 구청장실 문이 열리지 않자, 이들은 사퇴촉구문 등을 출입문에 붙이고 돌아섰다.
이태원참사 피해자인 고(故) 신애진씨의 어머니 김남희씨는 “무한한 마음의 책임을 느낀다고 하는 자가 어떻게 감히 참사 관련 트라우마로 보석을 신청하나”라며 “박희영은 참사 전에도 안전과 관련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고 귀가 후 인파가 밀집한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매뉴얼대로 진행한 것처럼 보도자료를 냈다”고 비판했다.
이지현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또한 부실 대응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는 박 구청장을 향해 공직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일침을 놨다. 이 위원장은 “총괄 책임자로서 사회적 참사 대응 과정에서 단 한가지도 자신 직무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않은 박희영에게 법적, 행정적, 도의적 책임을 묻고 있다”며 “참사 직후 해명하는 내내 거짓말하고 들통 나니까 고개 숙이며 눈물 흘리던 게 생생한데 기본적인 공직자 자질을 상실했다”고 했다.
전날 약 5개월 만에 석방된 박 구청장은 보석 조건을 이행하고 남부구치소를 나와 이날부터 바로 업무에 돌입했다. 법원은 서약서 제출과 주거지 제한, 보증금 납입 등을 조건으로 박 구청장과 최원준(59)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에 대한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박 구청장은 “참사 직후 충격과 스트레스로 불면과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유족 측은 앞으로도 구청 앞에서 피켓 시위 등 방식으로 박 구청장에 대한 출근저지행동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그동안 정지된 직무집행 권한을 회복한 박 구청장은 외부 일정 대신 구속으로 인해 챙기지 못했던 구정 현안 파악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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