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라우드 로봇, 가볍고 저렴
네이버의 로봇 기술 연구 중심에는 네이버랩스가 있다. 네이버는 2015년 로봇, 무인차 등 분야에 5년간 1000억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 블루(Blue)’ 계획을 발표했고, 뒤이어 내부 기술 연구소였던 네이버랩스를 2017년 1월 별도 자회사로 분사시키며 기술 역량을 축적해왔다. 세계 4대 인공지능 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현 네이버랩스유럽)을 통째로 인수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AI리서치센터장 출신 플로랑 페로닌 박사 등 100여 명의 전문가들이 AI와 로봇을 접목시키는 기술 연구에 매진 중이다.
그 결과물이 클라우드 기반 로봇 제어 시스템 ‘아크(ARC)’다. 아크는 로봇 내부에 ‘두뇌’ 역할을 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나 라이다(LiDAR)처럼 값비싸고 무거운 장비를 탑재하지 않고도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수백대의 로봇을 조종할 수 있다. 업데이트도 로봇마다 개별적으로 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한꺼번에 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일상 서비스 로봇은 가볍고 저렴하게 제작되는 것이 상용화 관건”이라며 “클라우드 기반 제어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랩스는 로봇의 ‘눈’에 해당하는 위치인식 기술도 높은 수준으로 내재화시켰다. 이는 비주얼 로컬라이제이션 기술로 실내, 지하 등 GPS 음영 지역에서도 정밀한 위치 인식이 가능하게 해준다.
네이버랩스의 또 다른 핵심 기술은 항공사진 등을 활용해 도시 단위 고정밀 지도(HD map)를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어라이크’ 솔루션이다. 도심 내 자율주행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필수적이다. 네이버는 현재 소프트뱅크와 협력해 일본에서 고정밀 지도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빌딩’에서 쌓은 경험을 ‘도시’ 차원으로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 측은 “네이버랩스의 고정밀 지도는 3D 모델링, 도로 레이아웃, HD 지도를 한꺼번에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심 계획, 자율주행 차량용 지도 등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미래엔 ‘공간’이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
네이버가 로봇, 자율주행 분야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이유는 PC에서 모바일로 변화해 온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이 미래에는 ‘일상 공간’ 자체로 확장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의 서비스와 현실 세계의 사용자를 이어줄 매개체가 필요해지고, 이 매개체가 바로 자율주행 로봇이 될 수 있다는 것. 네이버가 공간 자체를 디지털화하는 기술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네이버 제2사옥 1784는 미래형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1784에선 ‘루키’라는 이름의 로봇 100여 대가 전층을 오가며 택배, 커피, 도시락 등을 배달한다. 벌써 빅토리아 놀란드 미국 국무부 차관 등 전세계 51개국에서 2500여 명이 1784를 방문했다. 춘천 데이터센터의 6배 규모로 지어진 세종 데이터센터에선 로봇이 무거운 서버를 옮기고, 자율주행 셔틀 버스가 다닐 예정이다.
네이버는 핵심 기술인 아크를 다른 기업 고객에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측은 “아크는 각 고객의 목적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만큼 향후 B2B(기업 간 거래) 형태로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청신호’를 켰다. 지난해 11월 알 호가일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일행이 방문하며 70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네이버의 기술력이 활용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 것이다.
네이버랩스는 인공지능, 로봇, 클라우드, 디지털 트윈 등 기술을 총망라한 ‘아크버스’ 생태계를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트윈 솔루션 ‘아크 아이’를 출시한 네이버는 올 하반기 내에 로봇의 이동, 서비스 수행 등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아크 브레인’ 솔루션도 내놓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1784는 5~ 6년 이상에 걸친 기술 투자가 만들어 낸 결과였으며, 각 춘천과 각 세종 역시 10년 이상의 기술 철학을 바탕으로 나오게 된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중장기적인 기술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