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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 있다면 공직에 나서는 게 옳았는가 아쉬움”
대통령실은 지난 27일 정 변호사 낙마와 관련해 “문제가 있으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이를 시정하는 노력을 저희는 했다”고 자평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검증 관련 질문에 “검증의 구체적인 과정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 결과적으로 어떤 처분을 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직 후보자가 인선이 됐는데 국민이 우려할만한 의구심이 제기됐고 그 의구심이 또 타당성이 있는 것 같았고, 그것에 대해 후보자 본인이 사퇴했고 인사권자가 임명을 취소했다”며 “그 시간이 24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와 관련한 문제점이 불거지자 신속히 인지하고 임명 하루 만에 면직 처리했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 변호사의 ‘학폭 소송전’과 관련된 보고를 전해 듣고선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했다. 이 관계자는 대신 전날 참모진 회의 논의와 관련해 “(공직자) 사전 질의서 작성 문제와 관련해 조금 더 정확하게 기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자녀와 관련해 그러한 문제가 있었고 본인도 소송과 관련이 있었다면 공직에 나서는 게 옳았는가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공직 후보자에 대한 사전질문서를 일부 보강할 방침이다.
고위 공직 후보자가 본인에 대한 검증에 동의하면 60페이지 분량의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를 작성하게 된다. 인사 검증의 기초 자료다. 이 질문서에는 개인 신상에 관한 질문이 총망라돼 있지만, 대개 후보자 당사자에게 집중된 내용으로 가족 관련 사항은 비교적 많지 않다.
대통령실은 질문을 보다 세분화하는 한편, 자녀 학교폭력 전력 등 기존 질문서에 포함되지 않은 질문을 여러 건 추가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울러 진실한 답변을 유도하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통령실은 검증 범위 확대에 비교적 신중한 기류다.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을 일으킨 과거 정부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의견이 지배적이다.
◇ 尹정부 출범 1년도 안돼 총 5명 낙마
이런 상황에서도 인사 검증 라인에 대한 문책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같은 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 변호사 인사 검증 부실 문제와 관련해서 대통령의 언급이나 당부 사항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대통령의 관련된 언급을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며 대책 마련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세대 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학교폭력 근절 대책과 관련한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서 “일방적이고, 지속적인 학폭은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부실 인사 검증을 향한 비난의 화살을 학폭으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학폭 근절대책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정 변호사 낙마 사태의 본질은 부실 인사 검증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김인철(교육부 장관)·정호영(보건복지부 장관)·김승희(보건복지부 장관)·송옥렬(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부실 인사 검증 논란 끝에 낙마했다. 정 변호사까지 포함하면 윤석열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아 고위 공직 후보자 낙마 사례는 총 5번이나 발생했다. 총체적 문제다.
사후 조치는 차치하더라도 이같은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인사 검증 체계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 잊힐 만하면 불거지는 부실 인사 검증이 자칫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에 있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1기 내각이 출범 며칠 만에 완료됐는지 벌써 잊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