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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일인 30일 서울 삼성동 자택 앞은 구속 기각을 촉구하는 지지자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들은 “두 번 보낼 수는 없다”며 고성을 지르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욕설과 폭언을 퍼부으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朴지지자들, 자택 앞 드러눕고 경찰 폭행도
전날 밤샘 농성을 벌인 지지자들과 아침 일찍 자택 앞으로 합류한 지지자들 350여명(오전 9시 기준·경찰 추산)이 자택 앞으로 집결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영장 기각’과 ‘탄핵 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모(58)씨는 “날이 날이니만큼 박 전 대통령을 직접 보기 위해 경기 하남시에서 첫 차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박사모 등 친박 단체들은 전날 온라인 홈페이지에 “삼성동 대통령 자택 앞에서 모여 정치적 탄압을 규탄하자”는 참여 독려 글을 올리며 지지자들을 끌어모았다.
오전 6시 50분쯤 여성 지지자 10여 명은 “이대로 박 전 대통령을 보낼 수 없다”며 자택 앞에 드러누웠다. 또 다른 지지자 50여명은 자택 정문 인근 도로에 앉아 “영장심사를 받으러 가는 걸 직접 막겠다”고 소리쳤다.
경찰이 제지하자 이들은 “경찰이 폭력을 행사한다”며 항의하고 주변에 설치된 철제 펜스에 목도리로 자신의 팔을 묶어놓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 남성 지지자는 “경찰 때문에 왼팔이 부러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40분의 실랑이 끝에 오전 7시 30분쯤 경찰의 제지로 소동은 일단락됐다.
일부 지지자들은 경찰과 취재진에게 욕을 하거나 몸싸움을 걸며 충돌했다. 먹다 남은 커피를 취재진을 향해 뿌린 한 남성 지지자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경찰에게 “우리가 이렇게 나라를 지키고 있는데 넌 뭐 하고 있느냐”며 태극기봉을 휘둘러 머리를 때렸다.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는 오전 7시 30분 자택 앞에 모여 영장 기각 촉구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지지자들의 돌발 행동으로 일대가 혼란스러워지면서 열리지 않고 있다.
국민저항본부는 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데 맞춰 서초구 법원 삼거리 대신빌딩 앞으로 자리를 옮겨 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 지지단체 ‘근혜동산’ 역시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오는 31일 오후까지 자택 앞과 법원을 오가며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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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출석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 자택도 분주해졌다.
박 전 대통령 전담 미용사인 정송주(56)씨와 메이크업 담당 정매주(51)씨 자매는 이날도 어김없이 삼성동 자택을 찾았다. 정씨 자매는 이날 오전 7시 10분쯤 택시에서 내려 자택으로 들어갔다 1시간 20여 분 뒤 오전 8시 35분쯤 자택을 빠져나왔다.
법원 출석을 앞둔 이날 자유한국당 조원진·이우현·최경환·김태흠·이완영·유기준·윤상현 의원 등이 오전 9시 30분을 전후로 자택을 찾았다. 박 전 대통령 동생 박지만씨와 서향희 변호사 부부도 자택을 방문했다.
경찰은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 검찰 소환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자택 인근에 15개 중대 등 1200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자택에서 중앙지법까지 이동로를 확보할 예정이다. 경찰은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 도로에 철제 펜스를 놓고 병력을 추가로 배치해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자택을 수월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삼성동 자택을 출발해 중앙지법에 도착할 때까지 경호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까지 최단 거리(5.53㎞)인 테헤란로 구간을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자동차로 약 20여분이 걸리지만 신호 조정 등 교통 통제를 하면 10분 내 도착이 가능하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 30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지난 1997년 영장심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전직 대통령이 영장심사를 받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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