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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난해 비위행위로 징계를 받은 국가공무원은 총 2032명으로 전년대비 4.1%(80명) 늘어 2016년 이후 5년만에 다시증가세로 전환했다.
소청심사위원회에 따르면 가장 많은 징계 사례는 음주운전이다. 경찰공무원 A씨는 코로나19로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연장한 지난해 9월 음주 후 운전하다 신호 대기 중 잠이 들었다. 단속 경찰관에게 적발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27% 였다. A씨는 벌금 600만원을 냈고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또 다른 경찰공무원 B씨는 지난해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 등으로 비상근무가 발령된 상황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적발됐다. B씨 역시 혈중알코올농도 0.156%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B씨는 강등조치를 당했다.
소방공무원 C씨는 정부가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자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회식 등 회합을 금지하는 긴급행정명령을 내린 상황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55%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돼 강등 처분됐다.
코로나 와중에서 술자리에서 벌어진 성폭력 범죄도 여럿 적발됐다. 공무원 D씨는 직장동료들과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의 신체 부위를 만지고 입속에 손가락을 넣는 등 추행한 사실이 알려져 해임 조치됐다.
휴가 중이던 피해자에게 “보고 싶다”며 메시지를 보내고 회식 자리에서 “2차 가자”며 껴안은 등의 성희롱을 저지른 공무원 E씨. 그는 피해자가 이를 고발하자 명예훼손을 언급하며 위협하는 등의 2차 가해까지 저질렀다가 해임 처분됐다.
중국으로 발령돼 근무 중이던 공무원 F씨는 배우자가 있는 부하 직원에게 메신저로 사적인 감정을 표현하며 불쾌감을 주고 신체접촉을 했다가 한국으로 귀임처분됐다. F씨는 귀국후에도 자가격리를 지키지 않는 등 혐의로 공직자로서 품위를 지키지 않은 혐의로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심지어 코로나19 사태를 이용해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코로나 관련 방역물품 구매업무를 담당한 소방공무원 G씨는 직권을 남용해 특정업체에 1억원 상당의 특혜를 제공하고 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혐의로 파면 처분을 받았다.
정부부처 공무원 H씨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복무관리지침을 통해 시급성과 필요성이 낮은 모임은 가급적 연기 또는 취소토록 지시가 내려왔음에도 사전에 신고하지 않고 직무관련자 3명과 골프 모임에 참석했다가 견책 처분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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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들의 비위 행태 또한 여전했다. 370개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3대 비위(성범죄·금품수수(횡령 포함)·음주운전)에 따른 징계처분을 공시한 공공기관은 54곳이다.
공공기관별로 보면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가 6건으로 가장 많다. 이중 5건이 음주운전에 따른 면허 정지 또는 취소로 정직·감봉·견책 등의 처분이 내려졌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은 직장내 성희롱으로만 4명을 징계했다. 칭계처분은 감봉 2개월에서 최고 해임까지 조치가 이뤄졌다.
심지어 교통 분야 안전을 담당하는 도로교통공단과 해양교통안전공단 직원들이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고, 여성인권진흥원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을 벌인 직원이 해임되기도 했다.
이밖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과학기술원, 한국국토정보공사, 한국환경공사는 각각 3건의 징계처분을 공시했다. 건강보험공단은 금품수수로 한명을 파면했고 과학기술원은 공금을 횡령한 직원을 감봉처분했다.
국토정보공사는 음주운전과 금품수수, 환경공단은 금품수수 등으로 정직, 감봉 등의 처분을 받았다. 우체국시설관리단·강원랜드·공영홈쇼핑·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로교통공단·한국폴리텍·한국산업기술진흥원·한국승강기안전공단·한국원자력연료 등은 각각 2건씩 징계처분 조치를 내렸다.
꼼수로 3대 비위 징계 공시를 외면한 곳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실제 비위 사례는 월등히 많을 수 있다.
실제 A기술원은 징계 처분 공시에 ‘법령 위반(도로교통법 제44조 위반) 등’으로 명시했는데 해당 법은 음주운전에 관련한 조항(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이다. 공시에 ‘음주운전’이라고 표기하지 않는 꼼수를 쓴 것이다.
임직원수가 수천명에 달하는 대형 공기업들도 징계처분 공시에 주요 비위행위를 직접 명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실제 징계 내용을 들여다보면 3대 비위 사례에 포함된 경우가 적지 않다.
A공기업의 경우 한 직원이 부평역 인근에서 피해자의 팔을 강제로 끌어당기는 폭력행사로 벌금형을 받자 징계조치하고도 공시에는 ‘품의유지 의무 위반’으로만 표기했다. B공기업도 특별감사에서 금품수수와 횡령 등의 혐의로 직원을 적발해 징계하고도 징계처분 보고서에 ‘금품수수’ 항목은 뺐다.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부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뒤늦게 감찰 활동과 징계를 강화하는데 모두 사후적인 시스템이고 징계가 징계다웠는지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가 있다”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임기응변식의 대응을 하기보다는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상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