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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중국에서 사라진 자오의 오스카

신정은 기자I 2021.04.28 10:53:24

두달 전만 해도 축제 분위기, 이젠 국적 논란
"한국 영화 상영 불가, 사드 보복보단 검열때문"

2020년, 2021년 아카데미 작품상.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았을 때 한국은 온 나라가 기뻐했고, ‘노매드랜드’가 아카데미 상을 받을 때 중국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지난 26일 만난 중국인 A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영화업계에서 일한다. 중국 출신인 클로이 자오(자오팅) 감독이 아시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을 받았지만 공공연하게 축하할 수 없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A씨는 “업계 있는 친구들은 감동에 젖었지만, 일반인은 그가 상을 받았는지도 모를 것”이라고도 토로했다.

자오 감독이 지난 2월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받았을 때만 해도 중국중앙(CC)TV) 등 관영 매체들이 수상 기사를 쏟아냈다. 중국 SNS에서는 관련 해시태그가 넘쳐났다. 그러나 그가 수년 전 인터뷰에서 중국을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있는 곳”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론이 완전히 바꿨다.

중국의 컨텐츠 제작자인 B씨는 “그는 중국에서 태어났을 뿐 미국에서 생활하고 미국 영화를 만들어 미국에서 상을 탄 것”이라며 “중국 내 여론이 크게 동요할 일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내 상영도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중국에서는 자오 감독의 국적이 어딘지를 놓고도 갑론을박이 있다. 미국의 대표 포털 구글은 그를 ‘중국인’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그가 국적을 바꾼 화교라는 소문도 돈다. 자오 감독은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났으나 영국과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고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클로이 자오. (사진=AFP)
사실 그의 국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는 괘씸죄만 있을 뿐.

중국에서 최근 문화 컨텐츠에 대한 검열이 심해지고 있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 다른 중국 영화업계 관계자 B씨는 “요즘엔 좋은 각본이 있어도 사회나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심의 통과가 안돼 제작을 시작할 수도 없다”면서 “그렇다 보니 애국주의 영화만 연이어 상영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 영화가 중국에서 상영되지 않는 이유가 사드 보복이라기 보다는 중국의 강화된 검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뿐 아니라 기사나 기고 글도 마찬가지다. 최근엔 원자오바오 전 총리의 글에 ‘자유, 정의’ 등 글자가 들어갔다고 공유가 금지된 사건도 있었다.

그럼에도 중국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는게 현실이다. 그랬다간 퇴출되거나 불매운동 대상이 되기 십상이어서다. 자오 감독도 중국인들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었던 것일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감에서 ‘사람이 태어날 때 성품은 본래 착하다’(人之初,性本善)는 구절을 중국어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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