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닐 협조 받으려…美, 中공안 연구소 제재 해제 검토

김겨레 기자I 2023.07.25 10:58:13

中, 방중 블링컨에 연구소 제재 해제 요구
WSJ "바이든 우선순위는 펜타닐 문제 해결"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이 ‘좀비 마약’ 불법 펜타닐 단속에 중국의 협력을 얻기 위해 중국 공안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제재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마약 단속국 본부에 전시된 펜타닐 중독 피해자들의 사진. (사진=AFP)


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중국 공안부 산하 법의과학연구소에 부과했던 제재를 해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의학연구소 제재 해제는 중국 측이 미국에 요구했던 사항이다. 지난달 토니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펜타닐 문제 협조를 구하자 중국은 해당 연구소를 미 상무부의 수출 제한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제재 대상인 법의학 연구소와 중국 국립 마약 연구소가 같은 주소에 있기 때문에 마약 연구소가 연구에 필요한 장비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의학연구소는 신장 위구르 지역 소수 민족 인권 탄압 및 감시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2020년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대상이 됐다.

다만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 방중 기간 중국 공안 기관에 대한 제재 해제를 제안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 대표단 중 어느 누구도 중국에 대한 제재 해제를 제안하거나, 이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공안 기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경우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불법 펜타닐 중독 해결이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라고 WSJ은 전했다. WSJ은 “미국과 중국의 광범위한 긴장 속에서 펜타닐은 기후변화와 함께 양국 협력 가능성이 있는 영역”이라며 “이 문제에서 진전이 없다면 여러 차례의 고위급 회담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불법 펜타닐 중독은 현재 미국 청장년층(18∼49세) 사망 원인 1위로,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펜타닐은 모르핀·헤로인보다 중독성과 환각성이 강하면서도 제조가 쉽고 가격이 저렴해 미국 사회에서 급속 확산했다. 미국은 펜타닐 원료 물질을 중국 화학 기업에서 생산한 뒤 멕시코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 미국으로 유입된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2018년부터 불법 펜타닐 유통을 막기 위해 공조했으나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며 관련 협력도 중단됐다. 미국은 미·중 갈등이 악화할 때마다 중국이 펜타닐 원료 기업에 대한 단속을 소홀히 해 미국 내 펜타닐 유통이 늘어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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