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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사격 사망'한 병사, 반란군에 맞서다 '전사'…43년만에 진실 드러나

김관용 기자I 2022.09.15 11:30:00

선임 구타 사망을 ''찬물 쇼크''로 조작 사건도 진실규명
軍사망사고진상규명위, ''2022 조사활동 보고회'' 개최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12·12 군사 반란 당시 국방부 소속 헌병으로 B-2 벙커 초병 임무를 수행하다 반란군과 교전 중 총격을 받고 사망한 이른바 정 병장 사건은 반란군에 대항해 몸싸움을 벌이던 중 수 명의 반란군 공수부대원들에게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위원회)는 15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2022 조사활동 보고회’를 열고 14건의 진상규명 사례를 발표했다. 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당시 정 병장은 국방부 벙커 초병 임무 수행 중 오인사격에 의한 사망으로 순직 결정됐지만, 실제로는 반란군에 맞서 몸싸움을 벌이다 총격을 당했다.

위원회는 “당시 군은 군사반란 세력에 대항하다 사망한 망인의 명예로운 죽음을 은폐·조작하고 43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를 바로잡지 않고 있었다”면서 “위원회 조사를 통해 망인 사망의 구체적 진상을 규명하고 사망구분을 순직에서 전사로 변경할 것을 국방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15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2022년 조사활동보고회에서 탁경국 상임위원이 주요 진상규명 사건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함께 위원회 조사를 통해 이 상병 사건은 군 수사결과 찬물목욕 시 쇼크로 인한 기도 폐쇄 질식사로 처리됐지만, 실제는 선임병 폭행으로 인한 타살로 밝혀졌다. 또 전 하사 사건의 경우 군 수사결과는 불우한 가정환경 등에 의한 비관으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지만, 위원회 조사에서 64개월간 강제적 장기복무와 숯굽기, 약초캐기 등 고된 노역으로 인한 절망감 등으로 자해사망한 것이 새롭게 밝혀졌다.

송기춘 위원장은 “군 사망사고에 제기된 의문사항에 대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우리 위원회의 역할”이라면서 “남은 1년여 기간 동안 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의 진상 규명을 모두 마무리해 망인과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출범한 위원회는 진정사건 1787건과 직권조사 사건 21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중 714건의 사건을 진상규명하는 등 1275건의 진정사건을 종결처리했다. 현재 512건에 대한 본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직권조사 사건의 경우에도 7건을 진상규명하고 13건의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위원회에 따르면 종결된 사건의 중 사망원인은 자해사망이 431건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이어 병사 133건(18%), 사고사 128건(18%), 타살 19건(3%), 불상 10건(1%) 순이었다.

한편, 위원회는 2021년 9월 14일까지가 활동 기한이었지만 법률안 개정으로 2023년 9월 13일까지 연장됐다. 윤석열 정부는 이 위원회의 활동 기한을 더이상 연장하지 않고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송 위원장은 “국가가 별도의 다른 기구를 만들어서라도 일괄적으로 군사망 사고 관련 재심사 필요 사건을 선별하고 조사해서 적절한 예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조사를 해서 억울함을 풀어드려야 하는데, 우리 위원회가 아니더라도 조사를 상설적으로 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2006년 1월부터 2009년12월까지 활동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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