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증가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아쉽게도 이미 치매로 진행한 경우 다시 인지기능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치매가 멀쩡하다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질환은 아니다. 다시 말해 사전에 대응할 기회는 분명 존재한다.
인천세종병원 신경과 황보송 과장은 ‘치매 극복의 날’을 맞아 “치매의 여러 위험인자를 더 젊은 시기에 발견해 교정 및 치료하면 그 위험성을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다”며 20일 이같이 밝혔다.
치매의 사전적 정의는 ‘지적 능력의 상실로 사회적 혹은 직업적 기능이 심각하게 방해받는 상태’다. 쉽게 말하면 인지기능 장애가 심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이 어려운 경우를 뜻한다.
치매라고 해서 다 같은 치매는 아니다.
인지 저하의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 유형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임상소견과 진행 상황도 달라진다.
본인 스스로 인지 저하를 호소하나, 인지검사에서는 정상인 경우를 ‘주관적 인지장애’라고 한다. 또 인지검사에서 저하가 확인되나, 사회생활 및 직장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정도를 ‘경도 인지장애’라고 한다.
대부분 치매 환자들은 이 같은 주관적 인지장애, 경도 인지장애 단계를 거쳐 서서히 인지기능이 떨어지다 치매로 진행한다. 치매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기여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러한 요인들을 치매의 ‘위험인자’라고 한다.
중년기의 당뇨병,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등 심혈관 위험인자와 중년기의 과도한 알코올 섭취, 흡연, 운동 부족 등 생활 습관 위험인자는 치매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년기의 우울증과 두부손상 등도 치매의 위험성을 높이는 기타 위험인자다.
반면, 중년기의 꾸준한 ‘인지자극활동(Cognitively Stimulating Activities)’은 치매의 위험성을 낮추는 인자로 작용한다. 황보 과장은 “치매 위험인자를 조기에 교정 및 치료하면 치매 위험성을 최대 45%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노년기보다 중년기에 치매 위험성을 높이는 위험인자들이 더 많은 만큼, 중년 이전 나이부터 조기에 이런 위험인자를 교정하고 치매 예방 활동을 지속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세종병원은 별도 치매 전문센터를 운영하며 인지 저하 환자에 대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경심리검사(기억력 검사), 혈액검사, 뇌 MRI 등 치매 검사나 진단, 약물 처방뿐만 아니라, 환자의 현재 인지 저하의 원인과 위험인자를 파악해 치매 예방 및 진행 속도 지연 등 맞춤형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통상 치매 환자는 보호자와 함께 초진, 검사, 검사 결과 확인 등 3차례 병원 방문이 필요한데, 인천세종병원은 같은 날 초진 및 검사를 한꺼번에 하는 ‘치매 원스톱서비스’를 시행하며 환자 및 보호자의 불편함을 줄이고 있다.
황보송 과장은 “치매 위험인자를 조기에 교정 및 치료하면 치매를 예방하거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치매는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하는 중요한 건강 문제인 만큼, 조기 발견을 위해 그 누구보다 가족이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