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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88→9980 시대 中企, 글로벌에서 승부해야 [생생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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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 기자I 2026.07.21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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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9988’

한 때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상징어였다. 우리나라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고용의 88%를 책임진다는 의미다. 정부 행사와 경제단체 행사에서는 빠지지 않는 구호였다. 하지만 이제 이 숫자는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최근 문을 연 올리브영 미국 1호점인 패서디나점에서 현지 고객들이 K뷰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CJ올리브영)
최근 문을 연 올리브영 미국 1호점인 패서디나점에서 현지 고객들이 K뷰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CJ올리브영)
최신 국가승인 통계를 보면 중소기업은 여전히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한다. 그러나 종사자 비중은 80%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제는 ‘9988’이 아니라 ‘9980’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이 변화는 단순히 숫자가 바뀌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줄어들었다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중소기업은 여전히 우리 산업의 뿌리이며 제조업과 수출, 공급망을 떠받치는 핵심 축이다. 달라진 것은 ‘고용’이다.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첫 번째 선택지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고, 복지와 고용 안정성에서도 차이가 커졌다.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은 사상 최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며 인재 확보 경쟁에 나선 반면 중소기업들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인재는 대기업으로 또 몰리게 되고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 고용 비중이 낮아진 배경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도와줘야 하는 약자’로 바라봐야 할까. 우리 기업들은 국내에서는 중소기업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지만 해외에서는 충분히 글로벌 시장을 겨룰 수 있는 기술기업들이다. 이들을 여전히 창업 초기 기업이나 영세기업과 같은 잣대로 바라보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같은 대기업의 성공에는 익숙하다. 하지만 그 뒤에서 수많은 기술 중소기업들이 부품을 만들고 장비를 개발하며 수출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 뉴스도 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간다. 결국 이같은 인식이 중소기업으로 청년들의 입사 지원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이미 많은 중소기업들이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워 충분한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이끌고 있는 K뷰티 산업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새로 썼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화장품 수출액은 8조 5028억원에 달해 지난해 보다 크게 성장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중소기업을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보다 ‘중소기업을 어떻게 성장의 주체로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동시에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정책의 초점도 바뀌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대기업과 경쟁하기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도록 돕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전략일 수 있다.

‘9988’이 ‘9980’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중소기업의 존재감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중소기업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성장의 주체로 다시 바라봐야 할 때다. 숫자는 달라졌지만, 중소기업의 중요성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9988’은 과거의 구호가 됐지만, 중소기업의 가능성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K뷰티와 K푸드, K콘텐츠가 세계인의 일상이 된 지금, 다음 한류의 주인공은 대기업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는 수많은 기술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을 국내 시장의 약자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플레이어로 키우는 것, 그것이 ‘9980’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중소기업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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