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피할 수 없다”…빚 200조에 150조 지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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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기자I 2025.09.23 07:39:59

4분기 전기요금 동결했지만 인상 불가피
한전 적자 28조, 부채 200조…재무 부담↑
새정부 전력망·신재생 계획 150조 넘어
에너지 전환 속도낼수록 비용 부담 커져
“탄소중립, 공짜 아냐” 국민 공감대 필요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한국전력(015760)공사가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을 동결했지만, 대규모 적자에 비용 압박까지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발전단가가 높은 신재생 에너지 보급이 본격화 되면 전기요금 인상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력 소비가 늘어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에너지 전환, 탄소중립을 추진하면서 전기요금 난제도 풀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회성 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의장은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디지털 혁명과 에너지 전환, 신산업의 미래와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이행’ 주제로 열린 에너지경제연구원 개원 39주년 연례정책세미나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의장은 “온실가스 감축을 할수록 국내적으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며 “지구를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한 결과 ‘한국경제, 소비자들에게 이같은 손실이 있었다’고 밝혔을 때, 투자자·근로자·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IPCC는 유엔 산하의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회의(UNEP)가 공동으로 만든 협의체다. 이 전 회장은 세계 에너지 경제학회 회장, 에너지경제연구원 초대 원장, 미국 에너지부 국제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전문가다.

김희집 서울대 초빙교수가 에너지경제연구원 개원 39주년 연례정책세미나의 ‘디지털 전환시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청정에너지 생태계 조성 전략’ 주제의 토론회 좌장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현구 에너지기술연구원 재생에너지연구소장, 안병직 전력거래소 시장혁신처장, 김 교수, 안지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소경제연구단 연구위원, 전우영 서울과학기술대 인문사회교양학부 교수, 한상진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수소융복합센터장 모습. (사진=최훈길 기자)
이 전 의장이 ‘국내 비용 지출’을 언급한 가운데,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원 출신인 전우영 서울과학기술대 인문사회교양학부 교수는 토론 패널로 참석해 “전기요금은 크게 발전·판매, 망·계통, 부담금 구조로 돼 있다”며 “이 구조를 살펴보면 전기요금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발전·판매’는 국제 유가와 한전 적자해소 속도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된다. 한전의 적자는 2분기 말 기준 28조8000억원, 부채는 206조2000억원에 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LNG 가격이 급등했지만 요금 인상분을 거의 반영하지 않은 여파다.

‘망·계통’ 부분의 경우 11차 송변전 설비 계획 등에 따르면 비용 72조 8000억원에서 40조원 이상이 더 들어갈 전망이다. 또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가 예고한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사업에 40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같은 비용만 고려해도 총 150조원이 넘는 규모다.

‘부담금’ 역시 신재생 에너지 공급의무(RPS) 제도, 배출권거래제(ETS) 비용 증가로 증가할 전망이다.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사는 RPS 제도를 이행하려면 상대적으로 비싼 신재생을 더 사용해야 한다. ETS 제도에 따라 발전사는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배출권을 사야 한다. 이같은 추가 비용은 결국 소비자나 기업이 내는 전기요금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이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현재(2023년 기준) 30GW에서 2030년 78GW로 확대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현재 8.4%(2023년 기준)에서 2038년 29.2%로 증가할 전망이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이 100GW(기가와트)는 돼야 한다”고 밝히면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치를 11차 전기본보다 높일 것임을 시사했다. (자료=한국에너지공단)
토론회 좌장을 맡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김희집 에너아이디어(Ener Idea) 대표이사(서울대 초빙교수)는 “비용·지출은 커지고 있는데 이같은 상황이 전기요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현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라고 화두를 던졌다. 관련해 토론 참석자들은 기술적·정책적 해법, 차등요금제 도입, 국민적 거버넌스 구성, 산업계 의견수렴 등 다양한 해법을 제언했다.

전 교수는 △비용 경쟁력을 갖춘 무탄소 전원 보급 △송전 효율화를 위한 분산특구 활성화 △배전 효율화를 위한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VPP 기술) 보급 △판매 효율화를 위해 전기요금에서 망 비용 분리 등 기술적·정책적 해법을 제안했다.

이승렬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력망연구센터장은 “(국정과제에 포함된)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요금 개편 방식을 제언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법)에 규정된 차등요금제는 전국적으로 동일한 전력 도·소매 요금체계를 수요에 따라 지역별로 다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처럼 전기를 많이 쓰는 지역의 요금은 오르고, 발전소 인근이나 전기를 많이 안 쓰는 지자체의 요금은 내려간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전기요금 공정성 △에너지 절약 △분산형 에너지 확산 △송전망 부담 완화 등의 장점이 있다. 다만 △지역 간 형평성 △정치적 반발 등 국민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

토론에 참여한 김현구 에너지기술연구원 재생에너지연구소장은 국민 수용성 관련 거버넌스를 제언했다. 김 소장은 “탄소중립 단기, 중기, 장기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충분한 논의를 했으면 한다”며 “갈등과 문제 해결을 위한 거버넌스 구조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의 최근 보고서는 인공지능(AI)으로 대부분 채워져 있을 정도로 전력 수요가 많은 AI 시대, 분산 에너지 시대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준비 과정에서 분산 정책에 호응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 인력 채용 방식 변화 등 수출, 산업계에 미칠 파장과 대책도 비중 있게 고려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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